더욱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영화
올해 머라이어 케리가 ‘크리스마스 여왕’ 상표권을 주장했을 때,
역으로 나는 크리스마스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영화도 유사한 기능을 한다. 영화 〈해롤드와 쿠마〉의 세 번째 속편을
보고 나서 크리스마스 정신을 떠올린 그날처럼, 완벽하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영화를 골라보았다.
<폴라 익스프레스> (2004)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장르
한국인에게는 <멋진 인생>처럼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전통적 인 크리스마스 영화가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크리스마스를 즐 겨왔지만 한국 버전의 <멋진 인생> 같은 영화를 여전히 갖지 못 했다.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이 들어간 걸작 <8월의 크리스마스> (1998)가 떠오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색 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자의적으로 크리스마스 영화를 선택한 다. 그렇다면 <나 홀로 집에>처럼 익숙한 영화 말고 다른 선택은 없는 걸까?
잊혀진, 그러나 다시 봐야할 감독
피터 잭슨은 그걸 바탕으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만들었고,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만들었다. 그 시절 저메키스는 뭘 만들었냐고?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을 만들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 영화들의 제목을 전혀 모른다고 해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세 영화는 시원찮은 흥행 성적을 기록 한 뒤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메키스는 사실상 모션 캡처 기술을 선도한 인물이지만 피터 잭슨과 제임스 카메론에게 모든 결실을 양보한 채 잊힌 셈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2004)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라는 시즌 자체가 그렇다. 겨울의 차가움과 명절의 따뜻함이 엉켜 있는 그 시즌은 사람 마음을 붕 뜨게 하면서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구석이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영화
문제는 기술적 약점이다. 지금 보면 두 영화의 기술은 <아바타> 등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진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톰 행크스, <크리스마스 캐롤>은 짐 캐리가 주연을 맡았다. 당시의 초보적 인 모션 캡처 기술 때문에 두 배우가 연기하는 디지털 캐릭터들 은 조금 기괴하다. 눈과 얼굴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폴라 익스프레스>가 개봉하자 미국 언론들은 “캐릭터들의 눈에 영혼 이 담겨 있지 않아 유령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재미있게도 내가 두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인형극이나 애니메이션을 TV로 보면서 자랐다. <북 치는 소년>이나 <루돌프 사슴코>를 각색한 그 작품들은 따뜻하고 가족적인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조금 스산한 데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라는 시즌 자체가 그렇다. 겨울의 차가움
과 명절의 따뜻함이 엉켜 있는 그 시즌은 사람 마음을 붕 뜨게 하면서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구석이 있다. 나는 저메키스의 두 크리스마스 영화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TV로 보던 크리스마스
특집극들을 떠올린다. 만약 당신이 <폴라 익스프레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함께 이 완벽하지 않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다운 영화를 꼭 보기를 권한다.
<크리스마스 캐롤> (2009)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난 뒤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된다.
선한 의지는 결국 선한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의 출세작으로도 유명한 코미디 영화 <해롤드와 쿠마>의 세 번째 속편은 두 남자가 불타버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대신할 완벽한 트리를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영 화는 온갖 화장실 조크와 유머가 핵심이다. 놀랍게도 엄청나게 불쾌하고 유쾌한 저질 유머를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당신은 의외로 크리스마스 정신이 무엇인가를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 영화가 완벽하게 크리스마스적일 필요는 없다. <나 홀로 집에>와 <러브 액츄얼리> 는 잊자. 적어도 올해만은 다른 선택을 해도 좋다.
writer Kim Dohoon 영화평론가
editor Kim Minhyung
©Imago Images / Getty Images / A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