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간을 위한 건축을 꿈꾸다
‘파격’과 ‘무모’로 설명되었던 미래 건축에 대한 르 코르뷔지에의 상상은 빌라 사보아를 계기로 점차 ‘확신’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더 많은 사람이 더 효율적으로 함께 사는 공간’,
나아가 공간이 사람의 삶과 생각에 변화를 주는 건축을 실현했다."
‘현대건축’ 하면 떠오르는 이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합리주의 건축을 선도한 그는 장식과 과장을 거부하고 간결함과 명확함을 추구하는 건축으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생활 방식과 사상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요구되던 20세기 초반, 르 코르뷔지에는 인간 삶의 질을 끌어올릴 새로운 건축 이념으로 ‘기계 건축’ 개념을 제시하며 건축계의 변화를 주도했다. 건축이 단순히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동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효율성과 쾌적함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기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인간을 위한 건축’ 이념을 충실히 실현한 그의 설계 원칙은 당시로서는 새롭고 파격적이었다. 건축 외에도
수많은 회화와 판화, 조각 작업을 하고 저술 활동을 펼쳤으며, 생애 후반까지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르 코르뷔지에는 끈질기게
자기 자신을 혁신한 현대 문화의 아이콘이자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도전한 사상가이며, 미래를 제안하고 시대를 이끈 선구자다.
인간을 위한 건축을 상상하다
열정 넘치던 젊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의 과제를 ‘도미노’ 이론을 통해 돌파해나갔다. 도미노란 집을 뜻하는 라틴어 ‘도무스 domus’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결합한 개념이다. 최소한의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주택의 모서리를 지지하고, 각 층에 서는 평면의 한쪽에서 다른 층으로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계단을 만든 개방적 구조가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 이론은 그의 건축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인 동시에 ‘필로티 공법’, ‘수평창’, ‘옥상정원’, ‘자유로운 입면과 파사드’ 등 현재까지 유용하게 활용되는 ‘현대건축 5원칙’의 포문을 여는 건축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제안의 등장이었다.
건축에 대한 상상을 확신으로, 빌라 사보아
"흥미로운 것은 르 코르뷔지에가
회화와 판화에서 추구한 근거 없는
자유에 대한 반대, 우연성과 무의식을 배제한
기계적인 형태의 미美가 그의 건축 사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건축과 미술의 기로에서
순수주의 미술과 건축
르 코르뷔지에가 간행한 시화집 〈직각의 시(Le Poe`me de L’angle Droit)〉(1955)에 실린 판화 작품
©FLC/ADAGP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1887~1965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이자 화가로 근대건축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표현하며 기계 미학 건축을 선두했다. 하지만 단순한 기능주의적 건축을 넘어 건축의 합리적·기능적 조형을 중시해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 주택, 공공 건축, 도시계획으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국제연합본부, 유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등이 있다.
Photography by George Darrell
editor Kim Minhyung
writer Shin Iyeon 독립 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