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은 대부분 땅에서 캐낸 돌이다. 그러나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이 아니듯 지구에 존재하는 약 3천 종의 광물이 전부 보석일 순 없다. 빛깔은 맑고 투명해야 하고, 광택은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성질은 단단하고 오래가야 하고, 드물어서 구하기는 어렵되 가지고 다니기 쉬워야 비로소 보석으로 불린다. 돌 가운데 보석으로 불리는 것은 30~40종 정도다. 오늘날 가장 사랑 받는 보석은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자수정이다. 여기에 비취, 진주, 오팔, 터키석 등을 더할 수 있다. 이중 사파이어와 루비는 같은 광물이다. 강옥석이 붉은빛을 띠면 루비, 푸른빛을 띠면 사파이어라 부른다.
놀랍게도 다이아몬드는 근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보석 목록에 올랐다. 성서에 따르면,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대사제 아론의 예복을 열두 가지 보석으로 장식하고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겨 넣었는데, 여기엔 다이아몬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보석으로 에메랄드와 사파이어가 사용되었을 뿐이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또 오리엔트의 이슬람에서는 루비를 숭배했다.
프랑스 보석 비평가 파트릭 브와이요는 자신의 저서 <다이아몬드와 보석>에서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부터 다이아몬드가 유행했다고 말한다. 이 무렵 인도에서 다이아몬드가 대량으로 생산돼 유럽 국가들이 이를 수입했다. 루이 14세는 태양왕 답게 자신의 절대 권력을 표현하려고 다이아몬드와 각종 보석으로 꾸민 호화로운 장신구를 착용함으로써 ‘보석 열풍’을 일으켰다. 다이아몬드를 중산층 결혼 예물로 만든 것은 미국인이었다. 18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광산이 발견되어 다이아몬드가 흔해지자 미국인은 이를 결혼반지, 목걸이 등에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다이아몬드는 길거리 돌처럼 느껴질 만큼 해마다 넉넉히 채굴되어 실제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금과 비교하면 그 가치를 잘 알 수 있다. 금은 사고팔 때 가치 변동이 심하지 않으나 다이아몬드는 되파는 순간 대부분 가격이 반값 이하로 폭락한다.
미국 보석 디자이너 에이자 레이든이 쓴 <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에 따르면, 다이아몬드가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전적으로 마케팅 덕분이다. 1940년대 드비어스는 소형 저품질 다이아몬드를 팔아먹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향한 욕망, 즉 허영을 창출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문구와 함께 막대한 광고 물량 공세를 펼친 끝에 다이아몬드를 불후의 사랑을 증명하고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데 필요한 현대 결혼 문화의 필수품으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름다움은 우리 사이의 이야기다.
단단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보석은 우리 마음을 허영에 빠뜨리고, 우리 정신을 홀려 삶을 파멸로 이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오페라 <캉디드>에 나오는 아리아 ‘보석과 쾌활함’에서 여주인공 퀴네공드는 노래한다. “반짝이는 걸 보고, 즐거워하는 것/ 그게 내가 맡은 역할이지./ 아, 가혹한 운명이/ 나를 이 황금 우리로 데려왔네./ 진주와 루비 반지/ 아아, 이런 세상 것들이/ 잃어버린 내 명예를 대신할 수 있을까?/ 팔찌와 펜던트가 내 눈물을 말릴 수 있을까?/ 그것들이 내 부끄러움을 가릴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서 보석을 자랑하며 애써 쾌활한 척해봐야 소용없다. 보석이 아름다운 것은 눈이 멀듯 영롱한 빛 때문이 아니라 보석이 신을 드러내는 상징, 그러니까 성스러움과 불변의 가치를 표현하는 은유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석을 얻으려고 인간다운 품위와 명예를 잃는다면, 아무리 찬란한 보석도 부끄러움과 수치를 가려주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현명한 이들은 별처럼 빛나는 사파이어나 2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몸을 꾸미려 하기보다는 인생 자체를 신의 보석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보석의 고향은 지구 깊은 곳이다. 마그마로 녹아 흐르는 암석이 지구 내부의 고온과 고압에 식어 단단한 결정을 이룰 때 보석이 생겨난다. 진정 소중한 것은 언제나 극한의 고통 속에서 간신히 태어난다. 보석이 불의 시련과 흙의 압력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 삶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좇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역경의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반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