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박일구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남도의 전통문화와 자연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담아오고 있는 박일구 작가의 들(field)로서 바다를 담은 흑백 사진 20여 점이 전시 됩니다. “With Sea”라는 주제로 묶은 이번 전시 작품은 박일구 작가가 10여 년 전부터 담아온 남도의 바다입니다.
물론 남쪽 바다를 테마로 몇 차례 전시회도 가졌으나,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시리즈는 관조적인 풍경으로서의 바다라기 보다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다입니다. 기존에 많이 발표 했던 남쪽 바다 시리즈가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푸른 바다의 색을 극대화 시켜 추상적이고 관조적인 풍경이었다면, 이번 전시 작품에는 멀리 지나가는 배, 양식장의 부표, 갯벌에 깊이 박혀 있는 지줏대 등 우리 삶과 연결되는 생명의 상징으로서의 표상들을 담은 바다입니다.
남도의 바다는 수많은 섬과 연안에 걸쳐 있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다라는 ‘밭’을 갈고 가꾸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연근해 유역의 바다를 경작하고 양식을 거두어들이고 갯벌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을 채취하여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바다는 오염되면 없어질 수 있는 삶의 터전입니다. 이러한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다를 기록처럼 담고자 한 박일구 작가의 사진은 기존의 관조적인 풍경에 비해 사실적입니다. 조형적으로는 복잡하고 미감을 충족시켜주는 풍경으로서의 바다가 아니지만, 삶의 흔적이 느껴져서 따뜻하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줍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이 아닌 인간중심의 사회로 급격하게 변화시켜오고 있습니다. 자연은 조금씩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현재의 우리는 아직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경의 날을 맞아 마련한 박일구 작가의 바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삶의 터전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부여해보고 다음 시대에 또 그리고 다음 시대에 계속 이어가야 할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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