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작가로 알려진 우제길 씨의 개인전 ‘오방색으로 福(복)을 만들다’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4월 17일(화)부터 30일(월)까지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옛 선조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전통 한지에 천연 염료를 가미해서 만든 오방색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 작품 30여 점이 전시 됩니다. 기존에 발표해 온 강렬한 색채의 회화와는 차별화 된 시리즈로 70평생 예술가의 길을 걸어 온 작가의 관조와 회고의 평안한 노년을 드러낸 한국적인 정서가 깊이 묻어나는 작품들입니다.
우제길 작가는 광주의 대표적인 추상 화가로, 광주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중진화가로 당당히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반열에 이름 석 자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미술평론가 임재광 씨는 “우제길의 삶과 예술은 남도의 역사적 전통과 정서에 기반을 둔 초극의 의지와 희망의 기록이다. 그의 작품에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비치는 한 줄기 처연한 빛이 있다. 이 빛은 그의 인생과 예술을 함축하는 상징적 징표로서 남도 민초의 삶과 정서에서 근원 한다.”고 평합니다.
우제길 작가는 1960년대 중 후반을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추상의 세계로 들어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격렬한 붓질에 의한 추상회화에서 차분한 비정형의 추상을 거쳐 기하학적 추상으로 넘어가는 일련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면의 중첩에 의한 기하학적 구성으로부터 차츰 금속파이프의 표면과 같은 음영이 있는 금속성의 화면으로 나아가는데, 꾸준히 한국적인 이미지를 찾기 위한 노력은 병행되어 왔습니다. 초창기 작품을 상모꾼의 고깔을 추상화 한 것에서도 짐작해볼 수 있듯이, 차갑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기하 추상이 전통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화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근작은 페인팅이 아닌 색한지 콜라주 작품으로 표현되는데, 시각예술의 매체 중 우제길 작가가 다루어 보지 않은 영역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드로잉, 수채화, 유화를 비롯한 회화에서부터 에칭, 실크스크린, 콜라주 등의 판화, 그리고 영상, 설치, 공공조형물, 디자인, 패션쇼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체의 변화가 어색하지는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한지의 가장자리의 자연스러운 효과를 얻기 위해 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작업한 콜라주 작품에서 한국적인 색과 이미지를 찾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에 대해 서성록 교수(안동대)는 “캔버스 작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듯하고 정겹고 온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일로서 표현할 수 없었던 작가의 정감을 실어내어 반갑기 그지없다. 한지의 보풀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한지의 촉감이 좋다. 자신의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한지 고유의 속성 때문인지 더욱 눈길이 간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제길 씨의 주어진 환경에 머물지 않고 최선을 다해 활로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성격과 긍정적 성품은 그를 한국 미술계의 독자적 위치를 갖는 비중 있는 작가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한 평생 추상이라는 외길을 걸으면서 나름의 양식을 만들어 온 이 지역의 대표적 추상 작가의 근작, 오방색의 해석을 통해 변화된 모습과 예술의 한 단면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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