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속 설경으로 초대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식힐 눈 테마 전시 ‘화이트 써머’ 를 준비하였습니다.
본점 신세계갤러리와 본관 아트월에 걸린 작품들은 차가운 겨울의 눈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눈은 차가움과 따뜻함의 이중적인 감정과 정서를 환기시킵니다. 계절적으로 추운 때 내리지만 눈은 묘한 따뜻함과 정서적인 충만감을 줍니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도 눈이 내릴 때는 날씨가 잠시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눈이 많은 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속담은 눈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서적 우호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흰 쌀밥이라는 원초적 욕망이 시각적으로 녹아 있을 것입니다. 밤 새 내린 눈을 보는 첫 새벽의 화들짝 깨어나는 감각은 눈 때문에 벌어지는 웬만한 피해에 무감함의 관용을 불러옵니다.
예를 들면 눈 때문에 막히고 늦는 출근길이 짜증보다는 은근한 축제의 감정을 일으키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차가운 날씨는 사물과 정신의 명징함을 일깨워서 본질을 보다 정확히 드러냅니다. 그런 투명함에 적절한 포용과 따뜻한 정서를 더하는 눈 내리는 날에 대한 생각을 갤러리로 불러오려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일상의 풍경, 때로는 힘들고 어떤 부분은 더러움을 포함하는 그 풍경에 덮여 쌓인 눈은 일상을 뒤집어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전복적 상황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은 망각, 회상, 환상, 침잠, 명상, 추억, 유머 등을 거쳐 결국 긍정으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는 각각의 이런 흔적들은 수 많은 사연과 생각의 복잡다단함을 거친 것일 것입니다. 주제가 ‘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품들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 복잡한 생각과 감정의 결로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눈을 빙수 삼아 먹어본 추억들이 있습니다. 그 추억의 맛을 회상하며 열 두 가지 겨울 풍경들은 어떤 맛을 보여주는지 서늘한 ‘화이트 써머’의 갤러리로 들어와 보십시오. 그리고 마음 속에 쌓인 눈을 작품에 겹쳐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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