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진사의 맥락에 있어서 황규태 선생은 너무나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사진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 되기 훨씬 이전인 1970년대부터 이미 대담한 작업으로 충격과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황규태-꽃들의 외출’은 기법과 주제에 있어서 유형과 경향, 사조를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보여준 아방가르디스트의 한 단면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꽃들의 외출’은 꽃을 테마로 한 2000년대 초반의 작업들입니다. 작품의 꽃은 가짜와 진짜가 혼재되어 있으며,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구별이 모호하고, 활짝 피어난 봄 꽃에서 삭아서 사라져가는 낙엽, 흩날리는 홀씨, 말라 바스러진 꽃 등 시점과 형태가 다릅니다. 사진을 촬영한 방법도 다르고, 촬영 후처리 과정에서도 스트레이트 한 재현에서 과장된 포토샵까지 보정과 변형의 정도 차도 큽니다. 꽃 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작품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런 시각과 관점, 태도, 제작방식의 다양함과 자유로움은 황규태 선생 작품세계의 뚜렷한 특징입니다. 현실의 평범함을 뒤트는 유머와 익살, 공인된 고상함을 희롱하는 반골적인 키치성, 아카데믹한 규정이나 기존 방식을 가볍게 넘나드는 반사진적 태도가 테크놀로지 속에서 피어납니다. 그럼에도 숨긴 꽃에서 향기가 피어나듯 느껴지는 우아함과 서정성은 채집, 차용, 합성, 변형과정을 매만지는 작가의 미학적 작위와 저변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진짜보다 아름다운 가짜, 가짜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관념을 뒤엎는 작가의 도발입니다.
관객은 아름다움이란 인식은 공인되고 확정될 수 있는 것인가, 자연스러움이란 허상인가 실상인가, 현재라는 이미지는 명징한 사실인가에 대한 혼돈스러운 자문과 자답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시대,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펼쳐진 우리가 살고 있는 이미지세계의 매트릭스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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