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의 기원은 이미지 복제와 확산의 기능에 주목하고 탐구하던 예술의 태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판화의 몸체이고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법이 성장의 토양입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폭과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판화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미답의 영역과 함께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는 장르입니다. 안타깝게도 유일성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작품과는 다른, 복수성이라는 장점이 판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복수로 제작 되어 미술시장에서 가격과 투자가치가 낮다]라는 통념을 넘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일무이한 이미지 결과물을 얻기 위한 각각의 특수하고 독특한 제작방식과 복제를 통해 이미지 소통의 차원과 방식을 완전히 달리하는 등 미술세계에 늘 새로운 맥락을 제시해 온 장르라는 것이 판화의 핵심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과 [카피]의 맥락보다는 작품 하나하나가 오리지널Multiple Orignials이 되는 장르로서 그 아이디어와 매체medium의 변화무쌍함, 그리고 관람자 소장가들에게 개별적인 의미와 경험을 부여하는 것이 판화장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 할 것입니다. [판화공방]은 전통적인 제작과정을 거친 다양한 판화들에서 디지털 프린트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한국현대판화의 현재적 맥락을 열 여덟 명의 작가들의 제시를 통해 짚어보는 전시입니다. 동시에 판화를, 다시금 그 예술성을 중심에 놓고 논하는 [열띤 공방]을 벌여 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러 단계의 공정을 다스리는 장인적 기술의 미련함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지의 겹layers이 쌓여가는 제작과정을 알면 알수록 더없이 매료될 수 밖에 없는 맛이 있는 것이 판화라는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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