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다시금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展을 준비하였습니다. 고대의 인류사회는 자연과 벗삼은 평화로운 삶이었겠지만 점차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보다 더 편리한 삶을 추구하게 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이 아닌 인간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면서 자연은 조금씩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현재의 우리는 아직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전시는 환경이라는 테마 아래 "재생再生"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들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며,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환경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갖고자 마련하였습니다.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아래 작업을 해오고 있는 강용면 작가는 폐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 작품으로 현대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생활에 일대 혁명이었으며, 현대사회에서 우리네 삶의 편의를 위해 대량 생산, 사용 되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폐플라스틱을 수집하고 녹여 만든 작품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또 미래의 우리에게 보여주는 경고 메시지와도 같이 전해집니다.
조광석 작가 또한 양은이라는 재료를 변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재생의 의미를 담아냈습니다. 수많은 상점의 진열대 위에 놓여진 모든 상품들이 그러하듯이 누군가의 손에 선택되어진 순간부터 세월의 흔적을 담고 사용자의 손을 떠나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기까지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긴 양은조각들은 작가의 생각과 노동력이 이입되면서 새로이 예술품으로서 사람들 앞에 보여집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진열대 위의 제품이 아닌 닳아지고 빛 바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하찮은 양은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거대한 컵이 되고 그 위를 유영하는 듯 보여지는 물고기는 더 이상 버려지지 않을, 쓸모 없는 폐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관객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차주만 작가는 불에 탄 나무들을 사용하여 현대사회와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들인 상하이의 동방명주, 파리의 에펠탑등을 만들어 자연과 반하는 인간의 욕망을 비틀어 보여줍니다. 생명이 다해버린 불에 탄 나무들을 얼기 설기 엮고 구축하여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현재 우리에게 최고의 것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입니다. 도시문명 뒤에 가려진 현대인의 욕망이 가져온 자연 파괴와 혼란, 그리고 죽음의 의미까지도 내포하여 보여줍니다.
민화적 해석을 기반으로 폐품을 이용한 기발한 예술적 발상을 보여주는 서희화 작가의 작품에는 우리네 생활 속 온갖 폐자제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버려진 장난감, 생수통, 핸드폰 케이스, 음료병 등은 작가에 의해 오려지고, 화면 위에 부착되고 색이 칠해지면서 본래의 용도는 사라지고,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그 작품을 위해 존재하였던 물건인 양 화면 안에 자리합니다. 조선시대 서민의 일상생활 속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그려진 소박하고 정겨운 익살스런 이미지의 민화가 현대사회 우리의 손에 의해 버려진 물건들로 다시금 재해석되면서 수많은 버려지는 것들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광주의 문화동 마을에서 10여 년 넘게 살아가며 주민과 마을이, 그리고 예술이 하나되는 소박한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작가 이재길은 삶과 예술의 공존을 이야기합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자동차폐품과 나무가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이 되고, 공사장 한 켠에 버려진 안전모, 용도를 알 수 없게 망가진 기계부품들 등 쓸모 없게 여겨진 수많은 물건들에 예술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버려졌지만 그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졌을 물건들의 과거의 기억들을 조합하여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기원합니다.
김강석 작가는 흙이나 대리석, 청동 등의 전통적 조각의 재료가 아닌 우리 생활 속에 흔히 사용되어지는 호일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하늘을 향해 힘껏 뛰어오른 사슴의 몸동작은 이내 한걸음 더 내디딜 정도로 정교하고 그 아래 놓여진 꽃들은 마치 숨을 불어넣으면 잎이 돋아날 듯 생생합니다. 누군가 버려 거대한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버릴지도 모를 호일이지만, 작가의 손을 거쳐 금새라도 다시 생명이 피어 오를 듯한 모습으로 재탄생되며 마치 우리 눈 앞에 유토피아처럼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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