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기,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Winter Frame, 겨울을 담은 창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지화상(사진)과 동영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절묘하게 조합하여 새로운 풍경을 프레임(frame) 속에 표현하는 작가 임창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머물렀던 장소에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오랜 역사가 묻어 있는 건축물, 현대적인 미술관의 로비와 호텔의 스위트룸, 빠르게 움직이는 기차와 비행기의 좌석과 같은 장소들입니다.
임창민은 인적이 사라진 이런 공간 속의 창(窓)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끌어들입니다. 사진 속 창문 너머에는 미세하게 움직이는 영상이 절묘하게 숨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정적인 실내공간을 찍은 그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작품의 어느 한 부분이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세한 움직임의 영상에는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산기슭, 파도가 넘실대는 겨울바다, 늦가을 햇살과 바람을 머금은 나무가 있습니다. 눈에 익숙한 듯한 실내공간과 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 다른 시공간의 두 장면의 조화를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경관(景觀)을 만들어냅니다.

소리 없이 차분한 창문 속 영상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 밖 풍경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실내의 정적인 공간에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눈 내리는 겨울풍경의 한 자락과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미묘한 움직임을 담아 내었지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적막은 오히려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작가는 원하는 장소에서 가장 적절한 장면과 조우하기 위해 같은 장소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아가 이 오묘한 조화를 프레임 안에 담아내고, 사진과 영상의 이 오묘한 조화가 잠들어 있던 관람객의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연말연시를 소중한 가족, 친구와 함께 온기 가득한 공간에서 창 밖에 담긴 겨울을 감상하는 시간을 나누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