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대숲향 그윽한 별서정원, 담양>
2019. 8.23 FRI – 9.17 TUE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광주신세계에서 지난 1998년부터 개최해온 대표적인 연례 전시로 남도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해당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한 후, 그곳에서 느낀 각자의 생각과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을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왔습니다.
올해 스무 번째 테마의 답사지는 아름다운 대숲의 고장 ‘담양’입니다. 담양을 상징하는 삼색(三色) 숲길인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은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들이 남도의 자연을 느껴 보고자 찾는 대표적 명소입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죽녹원에서부터 담양천 물길이 넘어 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인조 28년(1648년)에 조성되어 수백 년 된 보호수가 가득한 관방제림과 청량함 가득한 숲터널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된 메타세쿼이아길은 담양에서 자연을 벗삼아 꼭 걸어야 하는 삼색 숲길입니다. 이처럼 청정자연 속 걷고 싶은 숲길과 함께 담양을 대표하는 것은 아름다운 가사문학(歌辭文學)과 선비들의 누정(樓亭)문화입니다. 가사는 고려 말에 발생하고 조선 초기 사대부계층에 의해 확고한 문학 양식으로 자리잡아 전해 내려왔습니다. 양반 사대부계층이 주도한 가사는 혼탁한 세상의 고단함과 갈등에서 벗어나 자연에 묻혀 심성을 수양하며 살아가는 유학자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또한 올곧은 선비정신을 이어 받은 조선시대 사림(士林)들이 불합리하고 모순된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며, 무등산 정기 어린 담양 일원에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짓고 빼어난 자연 경관을 벗삼아 시문을 지어 노래한 것입니다. 이런 누정문화의 대표격인 소쇄원은 정암 조광조(趙光祖)가 기묘사화로 유배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의 제자 양산보(梁山甫)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꾸민 별서정원(別墅庭園)입니다. 이처럼 자연 풍광을 사랑한 선비들의 누정문화는 소쇄원을 중심으로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명옥헌 원림 등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담양 지역에 조화를 이루며 형성하고 있습니다. 조선 전기, 이곳에 머무르며 교류하였을 사림(士林)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한편, 이번 답사를 통해 담양을 찾은 18명의 작가들의 만남에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움’을 손 놓지 않으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담양은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를 통해 지금까지 찾아갔었던 다른 답사지들과는 다르게 비교적 많은 참여작가들이 이미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삼색 숲으로 잘 알려진 담양의 자연 풍광을 감상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청정자연이 품고 있는 누정을 찾아가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고 직접 느껴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답사의 취지였습니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숨겨진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세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2박3일간의 답사는 누정(樓亭), 풍광(風光), 그리고 수목(樹木),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첫째 날에는 소쇄원, 명옥헌 원림, 식영정, 독수정을 찾아가 각 누정의 탄생배경을 듣고, 당시 그 곳에 앉아 교류하였을 사림(士林)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곳의 정취를 느껴 보았습니다. 둘째 날에는 금성산성에 올라 자연 풍광을 보고, ‘남도의 젖줄’ 영산강의 시원인 가마골 용소(龍沼)를 찾아가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을 여유롭게 걸어 보았습니다. 또한 삼국시대에 창건된 용흥사(龍興寺)를 비롯하여 담양 읍내에 남아있는 고려시대의 남산리 오층석탑(南山里五層石塔)과 객사리 석당간(客舍里石幢竿) 등을 하나하나 찾아가 담양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불교문화의 흔적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죽녹원(2003년), 메타세쿼이아길(1972년), 관방제림(1648년)을 걸으며 다양한 수목과 함께 발달해온 담양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었고, 동시에 첫날 누정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배롱나무와 소나무, 대나무를 다시 떠올리며 그때의 시대상황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꽃이 지금처럼 붉게 물들기 전인 지난 5월, 작가들은 담양의 푸르른 청정자연을 감상하며, 광주호 주변 곳곳에 숨어있는 듯 자연과 조화를 이룬 누정에서 우리의 지나온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는 담양의 풍경에, 누군가는 담양의 역사에, 누군가는 담양의 음식에, 또는 누군가는 담양을 관찰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저마다 서로 다른 담양을 기억에 담아와 각양각색의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자연 속에 머무르며 자신들의 뜻을 펼치려 했던 사림(士林)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담양의 자연과 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담양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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