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생태학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변화하는 자연은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포착되고, 봄의 온기는 피부를 통해 전해지며, 주위를 둘러싼 냄새마저 달라집니다. 환경이 변하는 만큼, 우리 자신도 변화합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은 기지개를 켜고 내면에는 자그마한 변화의 싹이 틉니다. 봄바람의 힘은 이렇게나 부드럽고 강합니다.
봄을 맞이하여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신춘기획전 <마음의 생태학>을 개최합니다. 전시는 자연의 모습을 선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작가의 마음의 눈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우리를 변화시킨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통해 자연을 바라봄으로써 각자의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은 오롯이 개인의 내면에서 진행되고, 그 결과 탄생하는 것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풍경입니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타인의 주관적인 풍경에 공감하고 때로는 감동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연과 내면의 상호작용이 몇몇 예술가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생태계’와 같이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돌 틈의 야생화나 조그마한 곤충처럼 아주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연을 감상한다는 것은 ‘나’라고 하는 생명과, 자연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생명 사이의 살아있는 대화입니다.
자연을 표현한 작품은 작가와 자연이 나눈 대화의 기록입니다. 작품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연과 함께 그것을 담아낸 작가의 마음을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실제 풍경을 보는 것과 자연을 담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입니다. 세상을 가득 채운 자연의 모습 중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덜어내는가, 작가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이 감각한 자연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만들어낸 작품은 각 작가의 내면이 담긴 생태계라 할 수 있습니다.
나뭇잎과 같은 자연물을 가져오되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에 변화를 주거나(양지윤, 이들닙), 자연에서 받은 느낌을 강렬한 색채와 터치로 표현하고(윤혜린) 때로는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으로 변모시키며(김민주), 넘실거리는 자연의 에너지나 움직임을 포착하고(윤겸, 이이정은), 자연이 주는 인상을 마치 광물처럼 응결시키는(하지훈) 일곱 작가가 만들어낸 일곱 풍경은 전시장 안에서 때로는 어우러지고 때로는 부딪히며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담긴 자연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이루고 있나요. 혹시 <마음의 생태학>에서 만난 작가의 작품 중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내면과 통하는 마음을 가진 작가를 만난 것입니다. 피어나는 자연의 생명력을 기념하는 <마음의 생태학>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예술에 대한 보다 깊은 애정을 피어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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