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는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다시 만난 사물》전을 개최합니다. 전시의 주인공은 6인의 작가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버려진 사물들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활동이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먼 훗날 인류세의 지층을 발굴한다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플라스틱, 전 세계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닭 뼈가 인류세를 특징짓는 물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러니는 인류가 남긴 흔적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입니다.
편리한 삶과 물질적 풍요의 바탕에는 소비와 폐기를 반복하는 삶의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쓰레기들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모여 만들어졌다는 한국 국토 16배 크기의 ‘쓰레기 섬’의 발견은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왔을 뿐이란 것을 깨닫게 합니다. 더이상 치워놓을 곳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위기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느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쓰고 버린다는 행동의 의미가 변해야 할 때가 다가온 지도 모르겠습니다.
쓰임을 다한 사물들이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작가들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모습으로 말이죠. 김상현 작가는 우리가 매일같이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를 예술 작품을 담는 액자에 넣는 동시에, 액자의 지지대로서 역할 하게 함으로써 비닐의 가치에 대해 되묻습니다. 사진 작업을 이어온 이진경 작가는 영원의 풍경을 담은 산수화와 같은 모습으로 비닐봉지를 연출한 작품을 통해 썩어 없어지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비닐봉지를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현실에 질문을 던집니다.
택배의 일상화로 더욱 자주 접하게 된 종이박스 역시 작가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재료입니다. 양나희 작가가 종이박스를 이용해 만드는 오늘의 풍경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사라지는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조미영 작가 역시 개발의 논리, 효율성의 논리에 의해 주목받지 않고 스러져간 것들을 종이박스 위에 새겨 넣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 놓인 사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작업실에 놓여있던 고무대야와 플라스틱 의자가 동물사육사를 꿈꾸던 김우진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물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고, 수묵화 작업을 이어가던 신양호 작가의 발치에 놓인 금속 쓰레기들은 오늘날 그를 대표하는 물고기 작업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말입니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변화는 우리의 일상 또한 변화시킬 것이기에, 지금까지 누리고 살아온 것 중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변화가 너무 작다고 여겨질지 모릅니다. 그럴 때는 가까운 이들의 사람이나 예술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처럼 우리 주변에서 변하지 않을,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삶의 작은 부분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한걸음이라도 모두가 함께한다면, 변화는 머지않을 것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다시 만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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