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전시 추상유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전시에서는 10년여 동안 독일에 머물며 철학 공부를 바탕으로 물감의 재료적 운용과 기하적 원리의 탐구에 매진해 오던 김영세와 내면의 심상을 균등한 선과 면으로 교차와 중첩의 색 입히기를 통해 화면을 만들어가는 박경아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특히 두 작가가 작품을 전개해 가는 방식에 있어서 가감加減의 차이를 보이는 흥미로운 부분들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철鐵’이라는 재료가 공간 속에서 숨을 쉬며 시간과 상관하는 작용을 자신만의 절제된 기법으로 펼쳐 보이는 이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이기성의 작품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철이라는 재료를 가루로 만들고 이를 용해하여 고유의 기법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적정한 점성을 갖게 된 철 가루는 캔버스 위에서 도구와 손을 사용하여 밀거나 당기는 방법에 의하여 수직과 수평 혹은 굵고 절제된 획들로 남겨져, 이내 화면은 재료의 물성이 극대화되어 노출된 실험의 장이자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됩니다. 용해되어 일정한 면적을 차지한 철가루는 이제 공기와 접촉하고 호흡하는 산화의 신비한 과정을 아주 서서히 수행해 나아갑니다. 교외의 어느 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작업실 한편의 캔버스 위에서는 갈변褐變의 신비로움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리 없이 퍼져나갑니다. 삭朔을 한번 넘겨낼 즈음 작가는 이 호흡의 과정을 멈추어 낼 절정의 순간을 엿보기 시작하며, 드디어 엄버umber는 공기와 차단되는 피막을 두르고 화면에서 산화를 멈추어 영원의 형상으로 남습니다.
이기성은 재현의 탐구가 아닌 작품의 전체성을 중요시하여 자신의 절대적 감정을 관람자에게 전하려 합니다. 산화된 철의 컬러인 엄버가 만들어 낸 화면은 다소 낯설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찬찬히 파헤쳐 볼수록 새로운 인식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엄버 덩어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은은하고 은근하게 밀려 나간 번짐의 유려함과 획을 그어 힘으로 짓눌리며 생겨난 덩어리의 묵직함은 작가가 유도한 우연성마저 얼마나 치밀한 살핌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비를 보여줍니다. 특히 사색과 명상을 불러오는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은 동서양을 넘어 인간의 본연에 내재해 있는 자연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한편으로 무한의 공간 속에서 강렬하고 엄숙하게 남아있는 형태들은 확장된 화면 속에서 주관적 요소인 심리적 효과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전시 추상유희를 통해 자신의 예술 영역에 대한 경계와 한계를 넘어 표현의 문제에 대한 부단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이기성 작가의 진정성에 대한 심오深奧를 발견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신세계갤러리는 전시 추상유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전시에서는 10년여 동안 독일에 머물며 철학 공부를 바탕으로 물감의 재료적 운용과 기하적 원리의 탐구에 매진해 오던 김영세와 내면의 심상을 균등한 선과 면으로 교차와 중첩의 색 입히기를 통해 화면을 만들어가는 박경아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특히 두 작가가 작품을 전개해 가는 방식에 있어서 가감加減의 차이를 보이는 흥미로운 부분들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철鐵’이라는 재료가 공간 속에서 숨을 쉬며 시간과 상관하는 작용을 자신만의 절제된 기법으로 펼쳐 보이는 이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이기성의 작품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철이라는 재료를 가루로 만들고 이를 용해하여 고유의 기법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적정한 점성을 갖게 된 철 가루는 캔버스 위에서 도구와 손을 사용하여 밀거나 당기는 방법에 의하여 수직과 수평 혹은 굵고 절제된 획들로 남겨져, 이내 화면은 재료의 물성이 극대화되어 노출된 실험의 장이자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됩니다. 용해되어 일정한 면적을 차지한 철가루는 이제 공기와 접촉하고 호흡하는 산화의 신비한 과정을 아주 서서히 수행해 나아갑니다. 교외의 어느 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작업실 한편의 캔버스 위에서는 갈변褐變의 신비로움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리 없이 퍼져나갑니다. 삭朔을 한번 넘겨낼 즈음 작가는 이 호흡의 과정을 멈추어 낼 절정의 순간을 엿보기 시작하며, 드디어 엄버umber는 공기와 차단되는 피막을 두르고 화면에서 산화를 멈추어 영원의 형상으로 남습니다.
이기성은 재현의 탐구가 아닌 작품의 전체성을 중요시하여 자신의 절대적 감정을 관람자에게 전하려 합니다. 산화된 철의 컬러인 엄버가 만들어 낸 화면은 다소 낯설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찬찬히 파헤쳐 볼수록 새로운 인식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엄버 덩어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은은하고 은근하게 밀려 나간 번짐의 유려함과 획을 그어 힘으로 짓눌리며 생겨난 덩어리의 묵직함은 작가가 유도한 우연성마저 얼마나 치밀한 살핌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비를 보여줍니다. 특히 사색과 명상을 불러오는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은 동서양을 넘어 인간의 본연에 내재해 있는 자연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한편으로 무한의 공간 속에서 강렬하고 엄숙하게 남아있는 형태들은 확장된 화면 속에서 주관적 요소인 심리적 효과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전시 추상유희를 통해 자신의 예술 영역에 대한 경계와 한계를 넘어 표현의 문제에 대한 부단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이기성 작가의 진정성에 대한 심오深奧를 발견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