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서 겨울의 풍경들을 담은 '동화_겨울그림'展을 선보입니다.
새로운 해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닫고, 웅크리는 겨울은 무색무취인 듯하지만, 눈 쌓인 새하얀 여백의 틈에서 작가들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이들이 섬세하게 그려낸 화폭은 우리를 겨울 동화(童話)속으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화(冬畵)’에 ‘동화(同化)’되어 깊어지는 겨울의 고요한 울림은 온 몸으로 와 닿습니다. 동화_겨울그림展은 5人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겨울 풍경의 단상들을 제공합니다.
김연 작가는 사소한 공간들을 모아 작은 온기를 전합니다. 작가가 목도한 눈 내린 숲, 그 순간의 장면과 장면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어떤 날의 숲’으로 추상화됩니다. 작가는 기억 속에 소복이 쌓인 눈송이들을 통해 겨울의 일렁이는 마음을 공유합니다. 변대용 작가는 친근한 북극곰을 통해 겨울의 단면을 동화적으로 표현합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북극곰 조각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희망을 품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여정을 이어나가는 북극곰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이한정 작가는 실재하는 우리 주변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이를 소박하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담아냅니다. 작가는 자신의 관념 속에 켜켜이 형성된 자연의 모습을 점묘로 차곡차곡 쌓아 견고하게 드러냅니다. 푸르른 호수, 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겨울산은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형성된 겨울의 생동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군중을 주제로 우리의 일상적 풍경들을 그려내는 이상원 작가는 겨울 스포츠 스키(ski)를 즐기는 사람들을 포착하여 다채로운 컬러로 묘사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듯한 부감 시점은 익숙한 추억을 공유하는 익명의 군중들을 생성하여 일상의 추억들을 익숙한 듯, 낯선 모습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이호욱 작가는 먹과 구겨진 장지의 흔적을 통해 푸른 물감을 머금은 독특한 느낌의 수묵담채화를 그려냅니다. 청량한 파스텔 색감의 배경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들은 차갑고도 포근한 설상(雪霜)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을의 긴 여운을 뒤로한 채, 다가온 12월의 겨울입니다. 사계절의 끝인 겨울은 만물이 가라앉고, 무(無)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겨우살이를 이어나가는 생명들을 품고 있습니다. 전시장 문턱 너머 움트는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묵묵히 흐르는 겨울의 고요, 그 속의 온기를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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