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신세계갤러리는 2022년 마지막 전시로 정은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내가 그리는 너》를 개최합니다. 정은혜 작가는 2005년 〈다섯개의 시선〉에서 단편영화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로 첫 연기를 선보인 바 있고,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 분)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 역을 맡아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가 그림 그리는 작가이듯이, 2016년부터 사람 얼굴을 그리고 전시를 개최해온 데뷔 7년차 작가이기도 합니다.
흔히 예술은 ‘힐링’과 연결됩니다. 예술의 창작과정은 고통도 수반하지만, 창작자에게나 감상자에게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그 감동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은혜 작가가 그리는 인물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며 집에서 뜨개질에만 열중하던 정은혜 작가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게 한 소통의 창구가 바로 그림입니다. 어머니의 미술학원에서 청소를 맡아 하던 그는 불현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화폭으로 옮겨 선물하였습니다.
가까운 이들의 얼굴로 시작된 정은혜 작가의 작업은 양평 문호리에서 개최되는 ‘리버마켓’에 캐리커처 작가로 참여하면서 낯선 이들의 얼굴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작가의 ‘시선 강박증’이 없어졌고, 말 더듬과 이 갈이도 사라졌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선물하는 과정은 작가와 모델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그렇게 수천 명의 얼굴이 작품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작가가 그려낸 것은 종이 위에 그려진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미소와 행복이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4B 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기존의 방식에서 확장하여 다양한 재료로 작품에 색을 더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표현과 감각적인 선묘를 통해 탄생한 작품은 정은혜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전시에는 채색화와 선묘화 등의 원화와 대표 에디션 작품들, 드로잉 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울러 관람객이 직접 ‘내가 그리는 너’를 만들 수 있는 드로잉 존을 마련하여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지금, 그림을 그리는 이와 감상하는 이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정은혜 작가의 작품을 보며 전시를 찾은 여러분도 자신이 그리는 너의 얼굴을 떠올리고 만나게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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