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현대미술의 거장 “호안 미로”展을 오는 6월 2일(목)부터 7월 4일(월)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호안 미로가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를 완성한 후 다양한 매체로 영역을 확장했던 후기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1949년부터 1981년까지의 조각, 드로잉, 판화로 구성되었다
.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호안 미로는 20세기 실험의 장이었던 서구 미술계에서 현실의 사물을 예술적 환상으로 대체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끝없이 솟아나는 예술적 아이디어와 창작열로 회화, 조각, 판화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수 만점의 작품을 남긴 현대미술의 전설이다.
호안 미로는 1893년 스페인에서 출생하여 바르셀로나 미술학교를 중퇴하고 1919년 파리로 나와 다양한 화가들과 미술운동을 접하면서 화가로의 길로 접어든다. 초기 그의 작품이 서정적인 감수성이 돋보이는 사실적인 회화였다면 점차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전위적인 작업을 선보이다가 1920년대 중반 앙드레 브루통과의 만남으로 초현실주의 경향으로 변모한다. 당시 세계대전으로 침울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던 다른 작가와는 달리 미로는 밝고 풍부한 색채로 스페인적인 유머가 넘치는 아이 같은 천진한 상징적 기호로 추상 회화를 선보이며 작가적 입지를 굳히게 된다.
1930년대에 호안 미로는 세계적인 화가의 대열에 올랐으나, 끊임없는 매체적 실험을 시도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원했던 것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조각, 판화, 삽화, 드로잉, 도자기 등 거의 모든 매체를 마스터했던 호안 미로는 후기까지 수 많은 작품을 탄생시키며 20세기 미술의 고전이 되었다.
본 전시에는 이러한 호안 미로의 후기 작업 중 그의 작업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던 조각, 판화 그리고 드로잉에 주목한다. 호안 미로는 1930년대부터 조각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시적 오브제(poetic object) 조각들을 만들어 낸다. 1960년대부터 그의 정신세계를 3차원으로 옮겨놓은 수많은 조각들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들의 중심 주제는 여성이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에서 작가적 전성기를 맞이한 19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 선보이며, 이 조각들은 장난기 넘치는 상상의 세계로의 문을 열어 실제 현실 공간에 환상과 유머가 침입할 있도록 한다. 호안 미로 전시에는 그의 판화작업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로는 판화라는 표현방식을 특별히 좋아했는데, 195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판화부문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판화의 기술을 섭렵했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판화를 통해 그는 고답적인 틀에 갇힌 예술을 대중에게 열어주었다. 미로의 가장 대표적인 추상기호이자 주제인 여자, 새, 별 등이 검은 테를 두른 형태들로 화면에서 뚜렷이 부각되면서 상징과 기호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미로가 제작한 판화는 수 천점으로 추산되며,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에서 기력이 다할 때까지 판화가로서의 길을 계속 이어나갔다. 드로잉작업에서는 재료와 기법이 돋보이는데, 찢어진 종이의 형태와 느낌을 살린 작품, 다양한 재료의 복합적 사용, 물감의 드리핑 기법을 활용하던 시기의 작업 등 드로잉에서의 대담한 실험과 진행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호안 미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비관론이 팽배했던 20세기 초 중반의 어둡고 부정적인 조형언어 속에서 풍부한 색채감, 원시성과 유아적인 미로만의 개성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해 인류의 낙관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바로 이런 점이 당대만이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가인 이유이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호안 미로의 순진하고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자 하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의 명성을 넘어 그의 내면의 순수성과 조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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