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공간 곳곳에서 특별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전시를 위한 갤러리 공간이 아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특정 공간도 아닌,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백화점의 입구에,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며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작품이 놓여집니다. 이렇게 일상 생활 속 자연스럽게 지나치던 공간에 작품이 전시되는 순간, 그 ‘공간’은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그곳은 고객에게 특별한 ‘장소’가 됩니다.
사전적으로 ‘장소’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말하며, ‘공간’은 장소보다 넓은 의미에서 아무것도 없는 빈 곳 또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나 영역을 뜻합니다. 별다른 의미 없이 일상에서 지나치던 공간에 작품이 전시 되면서 우리는 그곳에 잠시 머무르며 생각을 하고, 작품을 감상하며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반적인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들 때 그곳은 특별한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백화점의 공간에 회화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박윤경 작가는 미묘한 삶의 경험들이 특정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합니다. 공간에서 우리가 겪는 ‘경험’과 그 장소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 그리고 사람과 장소의 정서적 유대감을 3차원의 회화 설치를 통해 선사합니다. 2차원의 평면 회화를 ‘벽’이 아닌 ‘공간’에 설치하여 전통적인 회화 작품의 설치 방식에서 벗어나 3차원 공간 설치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회화 작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감상하게 함으로써 관람객과 작품 간의 소통, 그리고 그 장소와의 관계 맺기를 시도합니다. 작가는 이처럼 지속적인 회화 실험을 통해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왔으며, ‘불통(不通)’의 원인을 언어와 문자가 아닌 태도의 문제로 여겨왔습니다. 직관적인 언어와 문자가 아닌 반투명 재질의 쉬폰(Chiffon)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물감의 추상 이미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작품감상에 참여하게 합니다. ‘이러한 시각적인 경험이 보는 이의 몸과 마음을 움직일 때, 작품과 공간,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가 완성된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벗어난 장소적 특징뿐만 아니라, 전시 기간 역시 통상적인 전시의 기간을 넘어선 6개월의 시간 동안 한 장소에 전시됨으로써 반복적인 만남과 감정적 교류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보고자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긴 시간 동안 선보이는 박윤경 작가의 전시를 통해 하나의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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