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만의 해후, 회령도자기 나 선 화(문화재청 문화재위원)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는 세계도자EXPO, 多久市 40주년 기념 등 여러 행사기간에 15~16세기 동아시아 도자기 생산기술의 교류에 관한 국제학술대회가 수차례 있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중국,일본의 도자고고학 전공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의 도자기 성형기법, 소성방식, 가마의 구조, 가마의 도구 등에 나타나는 특징에 대하여 각국 자료를 서로 비교, 검토하였었다. 필자가 참여하였던 이들 학술대회 가운데에 필자의 기억에 남는 연구주제는 일본 가라츠의 정체성을 생산기술과 기법에서 탐색하는 “가라츠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국제학술대회이었다.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사항 가운데에 필자가 흔쾌하게 밝히지 못하였던 내용이 하나 있었다. 그 내용은 사발 유색(釉色)에 관한 것이었다. 16세기 일본 가라츠의 사발 가운데에 유약 빛깔이 우유빛이면서 무지개 빛깔과 유사한 오색의 빛깔을 머금은 백탁유로 화려한 것이 있는데 그와 같은 유약이 한국 어느 곳에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한국에는 그와 같은 유색의 사발이 보고된 바 없었다. 단지 필자의 상식으로는 함경북도 회령의 유색빛깔만이 그와 유사하다고 설명하였다. 일본 도자기 생산의 역사가 한국 조선사발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 분명하나 구체적으로 제작 기술의 연원을 밝히려면 그 또한 북한의 지방가마 조사가 선행되어야 결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하였었다. 그후 십여년이 훌쩍 지나 이번에 오묘한 빛깔의 회령도자기가 경남지역에서 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400년전 일본 가라츠 야끼에 영향을 준 오묘한 빛깔의 회령도자기를 이제 400여년만에 경남지역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함경북도 회령은 한반도의 동북쪽 맨끝 동해안 북단과 닿는 곳이어서 반세기동안 남한과도 교류가 단절된 곳이었다. 이 회령도자기가 북한과 일본과 남한을 연계하며 함께 해후하게 된 것이다. 함경북도 앞을 지나는 바닷길은 한국의 동해연안을 지나 일본으로 이르는 물길로서 고구려?발해시대에도 대일본교역로이었던 길이다. 따라서 회령의 지리적 위치로 보면 이 바닷길을 통하여도 회령 도자기의 제작기술이 일본으로 전파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하는 임진왜란 때에 전쟁로를 따라서도 일본에 전하여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함경북도 회령도자기는 일본 가라츠 야키의 기술제공의 한 지점으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가라츠와 연계되는 회령도자기의 특징은 유약의 빛이다. 백색이면서 오색이 감도는 유약빛깔의 전래 루트를 본다면 중국과 북한 함경북도, 함경북도에서 일본으로 연결되는 가운데에 하나로 회령도자기가 새롭게 주목된다.
이제 십수년전 학술대회에서 제안하였던 일본 가라츠와 회령도자기의 비교연구를 제안하였던 한마디가 오늘에 이르러 회령도자기의 재탄생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보게 된 것이다. 이제 회령도자기는 일본 가라츠의 원류가 함경북도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자료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서 기억 될 수 있게도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는 회령도자기의 빛깔을 재현하여보고자 하는 한 사람의 의지가 이루어 놓은 결과이기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또한 사발의 역사도 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소통하고 융합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생각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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