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가 준비한 <두 엄마>전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그리고 동시에 예술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지, 예술가가 자신의 삶과 주변의 삶을 어떻게 작품에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기획된 전시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어머니를 작품의 주제로 다루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 작가 ‘윤석남’과 ‘방정아’만을 선정하여 보여준 것은 그런 의미에서이다.
한국 여성주의 작가의 대모라 불리는 윤석남(1939~)은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고, 지난 2015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인 <윤석남_심장>을 성공리에 개최하며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작가다. 윤석남은 금호미술관에서 가진 두 번째 개인전 <어머니의 눈>(1993)과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특별전에 출품한 설치작품인 《어머니의 이야기》(1995)까지 근15년간 줄곧 어머니만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해왔다.
현재 윤석남의 여성 전반을 다루며, 역사 속에 여성들과 작품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자신과 딸을 작품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작가는 나이가 어느덧 여든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원로작가라 불러도 무색하지만 주부의 삶을 살다가 작품을 시작한 나이가 40세인 것을 감안하면 원로작가라고 부르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제작하고 있는 작품들만 봐도 그렇다. 회화에서 시작하여 조각, 설치, 미디어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들과 아직까지 제대로 선보인 적 없지만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채색 작품들은 작가가 여전히 활동이 왕성한 현역작가임을 보여준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부산에 살며 작품을 지속해오고 있는 방정아(1968~)는 비단 부산뿐 아니라 국내외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다. 작가는 1987년에 미술대학에 들어갔는데,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이 시기에 그녀는 학교 안에서보다는 여러 현장들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대학을 다니는 중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장의 역할도 어느 부분 해야 했던 작가는 졸업 후 구로공단 근처에 집을 구해 살면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부산으로 내려와 미술학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지속했다.
작가의 그림에서 어머니가 소재로 사용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어머니가 되면서부터이다. 작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화가보다는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갔지만, 화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서 자신의 주변을 수없이 드로잉으로 그려내며 자연스럽게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 방정아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 시기가 중요한 전환점인 것으로 보이는데, 작품의 소재가 작가의 삶 언저리로 옮겨왔다는 의미와 함께 이전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이 다소 관념적이고 정형화되어 있었던데 비해 이때부터 선보인 작품들은 삶 속에서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세한 것들이 작품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후 작가는 보다 더 확신을 갖고 자신의 주변과 삶을 화면에 담아왔는데, 어머니로서의 본인의 삶은 물론 여성의 소소한 일상들과 더 나아가 환경과 생태 등의 주제까지 섭렵하며 작품을 지속해오고 있다.
전시 <두 엄마>는 이처럼 줄곧 자신의 어머니를 화면에 담다가 최근에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작품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윤석남과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기록하듯 그려나가다가 최근 여성의 눈으로 환경 등 거시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방정아, 이 두 작가를 ‘어머니’란 주제로 엮어 보여주는 전시이다. 전시 타이틀인 ‘두 엄마’는 윤석남, 방정아 이 두 작가를 일컫는 말임과 동시에 ‘가족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과 봉사의 어머니상’과 ‘페미니즘 경향에서 보다 더 진취적인 어머니상’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섹션1인 전시장 입구 오른편에서는 어머니와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섹션2인 입구 왼편에서는 보다 확장된 의미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를 감상하며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고, 두 작가가 본인들의 삶을 매개로 선보이는 세계도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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