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개점 8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장 뒤뷔페"展을 오는 10월 29일(금)부터 11월 22일(월)까지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장 뒤뷔페는 프랑스 미술교과서에 등장 1순위를 차지할 만큼 피카소와 더불어 프랑스가 가장 자랑하는 작가이자,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프랑스 포도주 도매상의 아들로 태어난 장 뒤뷔페는 10대에 야간 미술학교와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잠시 미술교육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포도주 도매상으로 가업을 잇다가 41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로 데뷔한다. 시작은 늦었지만 85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5,000여점의 작품을 남기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실험을 단행하였고 유럽과 미국의 현대미술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뒤뷔페는 2차 대전 이후 기존의 미술의 관습과 고정된 미의식에 맞서 인간의 이성에 대한 비판과 각성의 목소리를 내었고, 이러한 성향은 어린아이나 정신병자의 그림처럼 교육받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가치를 추구하는 미술(아르 브뤼 Art Brut)로 표출되었다.
이번 전시는 장 뒤뷔페의 작업 중 우를루프(Hourloupe)양식으로 구분되는 작품 28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를루프란, 불어로 으르렁거리는 늑대 소리를 의미하지만 작품과 특별한 연관관계가 있다기 보다는 길들여지지 않은 그대로의 야생성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검은 테두리 안에 흰색, 푸른색, 붉은색의 형태와 색으로 채워진 우를루프 양식은 뒤뷔페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볼펜으로 무심히 그렸던 낙서에서 시작되었으며, 장 뒤뷔페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연작으로 미술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를루프의 주제는 일반적인 인물이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풍경들이지만 이런 오브제들은 그 형태를 알 수 없을 만큼 비정형화/추상화되어, 서로 세포처럼 조립되고 증식되면서 우를루프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예술은 눈이 아니라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했던 뒤뷔페의 말처럼 우를루프 연작에서는 무엇을 재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드로잉에서 출발하여 회화, 입체조각 그리고 공공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어떤 규정도 구속도 없이 뒤뷔페만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장 뒤뷔페는 일상의 오브제, 인간, 장소와 같은 경험이 어떻게 생성되고 축적되는지 재발견하게 해주며 우리가 어렵고 난해하게만 생각했던 예술을 보다 친근하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도한다.
삶과 연결된 예술, 소수가 아닌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지향했던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세계에 대한 이번 전시가 관람객을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는 즐거운 예술의 세계로 안내하리라 기대한다. 본 전시는 본점 신세계갤러리 전시 이후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갤러리와 광주 신세계갤러리로 순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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