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농촌이란 테마에 천착해 온 박문종씨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열립니다. 박문종씨는 농촌의 질박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황토빛과 먹색으로 담아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20여 점을 10여 년 만에 선보입니다.
박문종씨의 농촌 그림은 97년 담양군 수북면의 한적한 농촌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더욱 구체적인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황토의 질박하며 거친 질감 위에 가볍고 경쾌해 보이는 필선으로 대상들은 더욱 단순화 되었습니다. 그저 먹을 붓으로 쿡쿡 찍어 놓거나 슬쩍 얹혀 놓은 느낌, 굳이 그리거나 묘사하거나 꾸미려 하지 않고 무심하게 끄적거려 그리다 만 것처럼 보이는 표현에는 의도적인 어눌함과 소박미가 물씬 풍깁니다. 한때 남도 화단의 맥을 잇는 연진회에서 1기로 그림 수업을 한 이력을 지닌 박문종 씨는 전통 화법을 충분히 습득하고 연마해 왔지만, 특정한 조형의식이나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간 익힌 기량이나 재주를 거슬러 못나고 투박하게 그리며 낡은 유물 같은 전통화법을 벗어 던지는 노력을 보여왔습니다.
박문종씨가 고향 남도 땅과 그 곳에 얽힌 인간의 삶을 담아 내고자 해 온 <수북문답도>, <모내기>, <평전> 연작은 일종의 농가월령가와 같은 류의 작품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촌의 세시풍속이 담겨 있습니다.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에는 박문종씨만의 고집스런 철학과 내면이 읽혀집니다. 농촌의 현실과 정서를 담아내는 농촌 그림은 투박하지만 현대적 감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농촌에 뿌리를 두고 땅을 매개로 살아 가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가는 박문종 씨의 작품은 초고속을 강조하는 삶 속에 &천천히,느리게,소박하게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박문종씨는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와 조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8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6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과 기획전에 참가했다. 현재는 농사도 짓고 자연을 향유하며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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