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학고재, 스페이스 캔, 갤러리 인, 카이스 갤러리 등에서 16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금호갤러리, 학고재 등 한국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 내용
현대미술은 그림이 담고 있는 뚜렷한 주관적 시각과 고유한 진정성을 기준 삼아 작가를 이해합니다. ‘한국화’, ‘서양화’나 ‘수묵화’, ‘채색화’ 같은 구분은 그 이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통적 전형성과 뚜렷이 대별되는 고유한 조형의 작가 김보희의 위치는 재료기법과 장르적 칸막이로 이루어진 전통 분류법 밖에서 찾아야 합니다.
김보희의 근작에서 준법이나 농담(濃淡)과 같은 동양 전통회화의 유형적 기법을 분류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화면의 일부를 점유한 여백도 공간의 확장이자 물질적 실체에 조응하는 동양화 여백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그려진 사물에 병치된 ‘그려진’ 흰 색 면은 구성(composition)의 목적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흰 색면은 종종 검은 먹색으로 대치되곤 합니다. 검던 희던 그의 여백은 사물과 공간을 강약경중(强弱輕重)으로 구분하지 않는 독특한 조형의도를 보여줍니다.
사물을 또렷이 지시하면서도 사물이 가지지 않은 면들이 우선 다가옵니다. 분명 구상으로 분류되는 그림이지만 추상화 같은 감흥이 느껴집니다. 작가의 심상과 내면의 눈이 보는 추상세계입니다.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절대자의 고정된 눈보다 표면 안쪽 사물의 실체를 응시하려는 화면 밖 작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 추상성은 세상의 질서를 작가의 주관 아래로 끌어내린 주체성의 발현입니다.
화면은 대부분 촘촘히 쌓여진 묘점(描點)으로 구성됩니다. 그 밀집된 틈으로는 흐느적거리는기법적 유희가 끼어들지 못합니다. 대신 작업과정의 희열이 녹아 든 심상에 기록된 풍경과 사물의 낭만적 공감이 전해집니다. 화면을 둘로 나눈 바다와 하늘의 색면은 그대로 현대의 모던 취향을 압축하면서도 제주의 청명한 바람을 전해줍니다. 식물의 군집을 확대한 화면에선 마치 정글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 축축하고 밀도 높은 촉각과 후각이 공감됩니다.
동양회화에서 다시점(多視點) 시각으로 평평한 세계는 관찰자의 물리적 고정 시점에서 벗어나 대상에 투영과 합일하려는 태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전통에서 비롯되었을 김보희의 서정과 낭만은 모더니즘의 엄정한 색면추상이 보여준 소외의 극단으로서의 자기소외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해를 더할수록 점점 뚜렷해지는 그 일관됨은 현대회화가 요구하는 시대성에 조응합니다. 그 일관성이 작가 자신의 정체성입니다.
김보희는 수 년간 제주에서 주변 바다와 식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그저 ‘지시’나 ‘재현’하지 않습니다. 수다스러운 현대미술에 또 하나의 양상을 보태거나 어떤 상징이나 발언으로 삼지도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종이나 천에 옮겨 그리면서 마음 속을 포개 놓습니다. 파란 바다, 초록색 싱싱한 이파리가 가득한 화면은 마음 속 풍경입니다. 풍경 한 자락을 화면에 옮길 때라도자연에 투영과 합일하려는 화가들의 오래된 욕망에 충실합니다. 그의 평평하고 고요한 고집은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각자 욕망의 몫에 충실한 풍경을 꺼내줄 것입니다.
김보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학고재, 스페이스 캔, 갤러리 인, 카이스 갤러리 등에서 16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금호갤러리, 학고재 등 한국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 내용
현대미술은 그림이 담고 있는 뚜렷한 주관적 시각과 고유한 진정성을 기준 삼아 작가를 이해합니다. ‘한국화’, ‘서양화’나 ‘수묵화’, ‘채색화’ 같은 구분은 그 이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통적 전형성과 뚜렷이 대별되는 고유한 조형의 작가 김보희의 위치는 재료기법과 장르적 칸막이로 이루어진 전통 분류법 밖에서 찾아야 합니다.
김보희의 근작에서 준법이나 농담(濃淡)과 같은 동양 전통회화의 유형적 기법을 분류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화면의 일부를 점유한 여백도 공간의 확장이자 물질적 실체에 조응하는 동양화 여백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그려진 사물에 병치된 ‘그려진’ 흰 색 면은 구성(composition)의 목적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흰 색면은 종종 검은 먹색으로 대치되곤 합니다. 검던 희던 그의 여백은 사물과 공간을 강약경중(强弱輕重)으로 구분하지 않는 독특한 조형의도를 보여줍니다.
사물을 또렷이 지시하면서도 사물이 가지지 않은 면들이 우선 다가옵니다. 분명 구상으로 분류되는 그림이지만 추상화 같은 감흥이 느껴집니다. 작가의 심상과 내면의 눈이 보는 추상세계입니다.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절대자의 고정된 눈보다 표면 안쪽 사물의 실체를 응시하려는 화면 밖 작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 추상성은 세상의 질서를 작가의 주관 아래로 끌어내린 주체성의 발현입니다.
화면은 대부분 촘촘히 쌓여진 묘점(描點)으로 구성됩니다. 그 밀집된 틈으로는 흐느적거리는기법적 유희가 끼어들지 못합니다. 대신 작업과정의 희열이 녹아 든 심상에 기록된 풍경과 사물의 낭만적 공감이 전해집니다. 화면을 둘로 나눈 바다와 하늘의 색면은 그대로 현대의 모던 취향을 압축하면서도 제주의 청명한 바람을 전해줍니다. 식물의 군집을 확대한 화면에선 마치 정글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 축축하고 밀도 높은 촉각과 후각이 공감됩니다.
동양회화에서 다시점(多視點) 시각으로 평평한 세계는 관찰자의 물리적 고정 시점에서 벗어나 대상에 투영과 합일하려는 태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전통에서 비롯되었을 김보희의 서정과 낭만은 모더니즘의 엄정한 색면추상이 보여준 소외의 극단으로서의 자기소외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해를 더할수록 점점 뚜렷해지는 그 일관됨은 현대회화가 요구하는 시대성에 조응합니다. 그 일관성이 작가 자신의 정체성입니다.
김보희는 수 년간 제주에서 주변 바다와 식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그저 ‘지시’나 ‘재현’하지 않습니다. 수다스러운 현대미술에 또 하나의 양상을 보태거나 어떤 상징이나 발언으로 삼지도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종이나 천에 옮겨 그리면서 마음 속을 포개 놓습니다. 파란 바다, 초록색 싱싱한 이파리가 가득한 화면은 마음 속 풍경입니다. 풍경 한 자락을 화면에 옮길 때라도자연에 투영과 합일하려는 화가들의 오래된 욕망에 충실합니다. 그의 평평하고 고요한 고집은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각자 욕망의 몫에 충실한 풍경을 꺼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