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램프 The Mirror and the Lamp’는 지금은 고전이 된 M. H. 아브람스M. H. Abrams가 쓴 유명한 현대 문학 이론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1971년 출판된 이 책은 문학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같은 작품(Work)도 바라보는 시점(Universe, Artist, Audience)에 따라 비평의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M. H. 아브람스는 낭만주의 정신을 나타내는 은유가 모방을 뜻하는 거울에서 스스로 빛을 내어 대상을 비추는 램프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낭만주의를 사실주의나 자연주의와 차별화하려는 한 시대 한 이론가의 주장일 뿐 영원 불변한 원칙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전시가 방점을 찍고자 하는 것은 예술을 읽는 다양성이다. 이 전시가 특정한 주제를 정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의도이다. 주제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자 한 것이다. 어떤 주제의 전시가 진행되면 그 주제에 맞추어 작품을 고르고 전시하게 된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도 이 작가의 작품은 그 전시의 주제와 일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작품을 바라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볼 일이다. 우리는 모두 개인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각자 다르게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
이 전시에는 각기 다른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공간 안에서 혹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보여진다. 이미지로 재생산된 이들의 시각은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어울려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쇄되기도 하고 증폭되기도 한다. 거기에 관람자가 개입된다면 공간 속에 얽혀있는 보이지 않는 의미의 실타래들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리 계획되거나 의도되지 않는다. 자율적인 구조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더 나아가 전시공간이 아닌 백화점의 상업공간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작품들은 주변의 상업적 환경, 상품들과 브랜드의 상표, 쇼윈도와 마네킹 등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데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어쩌면 각자의 고유성이 더욱 독자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거울과 램프’는 서로를 모방하고 서로를 반영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간단치 않은 우리 관계를 둘러싼 이 세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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