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아트월은 유영희의 드로잉 회화 작품을 전시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Play with drawing입니다.
유영희는 색채탐구를 지속해온 작가입니다. 1970년대 후반 작가 수업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색에 대한 탐구는 판화와 앗상블라주를 거쳐 입체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로 표현영역을 확장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하고 일관된 방향을 잃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고 풍부한 색채의 향연은 유영희 작업의 처음과 끝이라 할 것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직과 수평의 격자선은 유영희 회화의 기본구조를 보여줍니다.
화면을 분할하는 것은 창작의 필연적인 의식(儀式)처럼 반복됩니다. 이 구획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길 바라는 패턴이라기 보다 작업에 대한 작가의 태도 표명과 같습니다. 분할은 마치 밭이랑을 일구는 농부와 같이 색채와 생명의 향연이 펼쳐질 판을 고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하나의 소우주인 수직과 수평의 윤곽선 안에, 가두거나 넘나드는 자유로운 선과 면으로 색채를 채워나가며 꽃이나 식물의 형상을 끌어냅니다. 유영희의 회화세계는 추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드러난 형상은 구체적인 대상의 묘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작가의 심상과 존재를 표상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로 인식하고 있으며, 재현대상보다 회화와 드로잉의 매체를 유희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렇게 화면에 속도감 있게 표현된 우연과 직관의 부산물들은 이성으로 특정할 수 없는,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나온 행복한 감성과 충만한 시각의 쾌감을 베풀어 줍니다. 특유의 색채적 풍부함과 원색적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아크릴릭, 오일 파스텔, 콩테, 안료가루 등입니다. 이런 표현재료에 부합하는 화지로는 캔버스와 함께 손으로 공들여 만든 지천년(紙千年)을 구가하는 두꺼운 전통 한지를 선택했습니다.
유영희 작품의 촉각적 특성인 포슬포슬한 질감과 따뜻한 색채감은 작가의 고유한 감성적 특성에 조응하는 이런 재료 선택의 적절함 때문입니다. 색채를 재료 삼아 자유로운 놀이로 완성한 회화감성이 넘치는 유영희의 Play with drawing을 통해 작가가 펼치는 충만하고 행복한 감성의 세계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