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경(1940-1985)은 1963년 일찍이 미국 유학을 떠나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비롯한 당대 유행한 사조와 경향들을 적극 수용하고,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이를 한국적 미감으로 체화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이다.
최욱경의 독자적 화풍은 단색화가 주도했던 1970년대 한국 서양화단에서 그를 이방인과 같은 고독한 위치에 두기도 하였으나, 훗날 한국적 색채추상의 선구자로 평가 받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최욱경의 모든 작업을 통해 우리는 동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느꼈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특히 후기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여성적인 섬세한 감수성은 그의 작품이 지닌 가장 큰 특색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로 그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색채를 통해 꽃봉오리나 여성의 인체와 같은 형상을 그려냄으로써 자신 안에 내재하고 있었던 여성성의 일면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처럼 분출하는 생명력과 환희, 사랑을 담아낸 작품들은 특히 미국의 여성작가 오키프(Georgia O’keeffe1887-1986)의 회화와 자주 비견되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동양과 서양, 빛과 어둠, 사랑과 증오, 행복과 고뇌, 참과 거짓 등 대립되는 양극의 두 세계이다.
최욱경은 생을 살며 모든 에너지를 발산한 그의 작품들은 주체할 수 없는 작가적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 또 그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을 동반한다. 1,000여 점이 넘는 그의 작업들에서 기만적인 자기 복제나 작가로서 자기 표현에 대하여 주저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에도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그녀를 꾸준히 사랑하고 미술계가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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