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다양한 공모전이 열리고 지역의 상업갤러리 역시 젊은 작가에게 전시할 기회나 아트페어에 나갈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어,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젊고 어린 작가들이 예술계에 진입하기 수월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중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기반한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각각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형식과 내용이 다르지만, 모두 신진 작가로 하여금 외부와의 적극적인 접촉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객관적인 비평의 지평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본인만의 예술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모든 프로그램은 작가를 대중 및 미술시장에 노출시키는 것을 넘어 향후 작가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주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부산·경남 지역에 이런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2년에 한 번 《젊은 모색》전을 개최하여 부산 지역의 젊고 가능성 있는 작가를 세 명 혹은 네 명 선정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작가양성에 힘쓰고 있고, 오픈스페이스 배나 공간 힘 등 대안공간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인큐베이팅, 안녕, 예술가, 릴레이 토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동시대성 획득을 위해 노력해나가고 있다.
신세계가 지역의 기획자들과 함께 모색하여 만든 《멘토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작가 육성 프로그램이다. 매해 젊고 유망한 작가 다섯 명을 선정하여 창작지원금과 전시 기회를 제공해주는 《멘토링》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평가, 전시기획자 등 미술전문가와 신진작가를 1:1 매칭시키는 프로그램을 더해 보다 더 현실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 작가들은 전문가와의 1:1 매칭을 통해 본인들의 작품을 심화·발전시킴은 물론 미술전문가와의 진솔한 오랜 대화를 통해 미술계 현장의 이야기부터 작가에게 필요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들을 나눈다.
《멘토링》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우선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미술전문가를 선정하여 멘토로 모시는 것부터 시작한다. 멘토로 선정된 전문가들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고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각각 추천한 후 몇 번의 회의를 거쳐 멘티가 될 작가들을 뽑는다. 이렇게 선정된 작가들은 멘토들과 함께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을 갖는데, 이때 나온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향후 진행될 멘토와 멘티의 1:1 멘토링 프로그램에 반영된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멘토링 시간이다. 어느 멘토와 멘티는 작업실을 공유하며 시시각각 작품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른 멘토와 멘티는 끊임없이 주고받는 메시지와 작업실 방문을 통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그리고 전시기획자가 멘토인 경우에 그 기획자가 기획하는 전시에 멘토링 작가를 참여시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 진행된 멘토링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전시를 한 달 앞두고 이다. 멘토와 멘티는 그간 진행되었던 과정들을 다른 멘토, 멘티들과 공유하고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멘토링》전은 이 모든 과정의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 즉 작품만을 선보이는 이 전시에는 눈에 띄게 큰 변화를 보여주는 작가도 있지만, 이전에 해오던 것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작품 표면에 변화가 없다고 프로그램을 거친 작가들이 아무 영향을 안 받은 것은 아니다. 미술계 선배인 멘토와 작품을 사이에 둔 긴장감 있는 대화들은 작든 크든 작가에게 뚜렷한 흔적을 남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그랬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5명의 작가들 모두 젊기에 열의와 패기가 넘치는 작가들이다. 기성과는 다른 새로운 조형언어를 개척해나가려는 의지가 뚜렷할 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작품에 적극 담아내려는 의지 또한 돋보이는 작가들이다. 전시를 감상하며 전시에 젊은 작가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느끼고 더 나아가 부산 경남 지역 미술의 미래와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간도 갖기 바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