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신세계 센텀시티점 7주년과 신세계몰 오픈을 기념하여 <김환기: 자연의 리듬, 질박한 휴먼의 노래>전을 개최한다. 우리는 수화 김환기를 일컬어 한국근,현대미술의 거장, 한국 최초의 추상화가,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라 부른다. 이는 우리 미술사에서 그가 얼마나 중요한 작가였는지 상찬하기 위해 붙는 수사지만, 사실 그는 그런 거창한 호칭보다는 무언가 따스한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그저 자유롭게 자연을 바라보며 그 속에 운율과 리듬을 찾고 우리 민족의 애잔함을 노래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학자이자 환기미술관 초대관장 조요한 선생은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질박한 휴먼의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하는 것이 수화의 예술세계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김환기의 삶과 작품세계를 꿰뚫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김환기는 자연을 바라보며 운율과 리듬을 찾고 이를 가지고 우리의 삶과 마음을 매만지는 사람의 노래를 불렀다.
1913년 남도의 작은 섬 안좌도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일제강점기에 그림을 시작했다. “어떠한 연이 아니라 부지중 극히 자연스럽게 그림을 하게 되었다”는 김환기는 남도의 풍요로운 자연 안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며 서울로 또 일본으로 공부를 위해 떠났다. 학업을 마치고 고국을 찾은 김환기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는 중에 서울대 교수, 홍익대 교수 및학장, 미술협회 회장, 예총부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한국 최초의 미술동인 <신사실파>를 조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펴갔다. 김환기는 바른 미술대학과 제대로 된 미술관 설립이 좋은 작가를 길러낼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피폐한 삶 속에 예술이 자리잡아 상처들을 어루만져 치유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의무감도 그림을 열망하는 김환기를 잡아두진 못했다. 그는 1956년 파리로 건너가 4년간 체류하며 그림을 그렸고, 이후63년 <상파울로비엔날레> 참여한 뒤에는 모든 것을버리고 뉴욕에 정착하여 가난 속에 하늘과 산, 별과 달을 그리다 삶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세계의 절정기라고 일컬어지는 뉴욕시기(1964-1974)의 중요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김환기는 뉴욕으로 건너간 후 실험과 모색의 시간을 갖다가 국내에는 한국일보가 개최한 <한국미술대상>전에 처음으로 신작 하나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어 작고하기 3년전인 1971년에 신세계갤러리에서 신작들을 모아 보여주는 개인전을 가졌다. 이 전시에서 그는 기존과는 다르게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작품들은 영구 보전 할 생각으로 간직해왔던 것들”이라며 지인인 홍익대 교수 윤형근에게 편지를 써심혈을 기울였음을 고백했다. 김환기는 이 시기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이라고 적었다. 화면에 기존에 보이던 산과 달, 백자 등의 형태들은 사라졌지만 작품세계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순수추상으로의 전환은 보다 폭 넓은 설득력을 얻기 위해 “개별에서 보편으로, 특수에서 전체로” 나아간 것뿐이었다.
<김환기: 자연의 리듬, 질박한 휴먼의 노래>전을 감상하며 그가 뉴욕과 다를 것 없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하여 들려주는 아름답고 애잔한 노래를 들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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