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감펠: 치유의 미학”展은 독일 출신의 목공예작가 에른스트 감펠(Ernst Gamperl)의 작품 5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감펠의 작품 표면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의 흠집과 상처들, 리드미컬하게 휘어진 곡선과 뒤틀린 형태는 그의 작업을 대표하는 특징입니다. 작업초기에 그릇 모양의 작품을 제작하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감펠은 비대칭 형태가 주는 긴장감과 나무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질감에 매료되었습니다.
감펠 작업의 근간은 나무의 독특한 재질과 특성을 잘 부각시키는 자유로운 형태 탐구에 있습니다. 그는 흠집 없는 말끔한 부분만을 재료로 사용하여 완벽한 대칭의 작품을 만드는 데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는 흠집이 있거나 잔가지가 자라면서 생긴 흔적과 옹이 등 나무가 본래 지니고 있는 개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나무를 자르는 방식도 재료 선택만큼이나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보통 목공예는 나무의 가로 방향을 살려 작업을 하는데 반해 감펠은 세로 방향으로 재료를 자르고 결을 거슬러 형태를 깎아 나갑니다. 완전히 마르지 않은 나무의 독특한 결을 살려 가공하는 과정 이후 남아있는 습기가 마르면서 자연스러운 형태 변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감펠은 초기에 작업의 재료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이국적이고 희귀한 나무를 사용하였으나 근래에는 유럽 등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이탈리안 올리브나무, 오크나무 등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건강히 살아 있는 나무를 베어 사용하는 대신, 태풍이나 기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생명을 잃은 나무를 재료로 작업합니다. 나무결의 흠집이나 상처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작품의 고유성을 부각시키는 장점이 됩니다. 작가의 손길은 자연의 자유로운 생명력과 나무 본래의 특성을 더욱 명료하게 부각시키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작가는 완성된 작품의 밑부분에 작품번호, 제작연도와 함께 나무의 나이를 적어 켜켜이 쌓인 시간의 궤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실용적인 소품은 물론 조형성에 중점을 둔 다양한 크기의 완결미를 갖춘 오브제들이 출품됩니다. 감펠의 작품에서 버려진 나무는 작가의 손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스스로를 완성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에른스트 감펠의 작품들은 치유의 경험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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