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기획전
겨울의 막바지 이월은 혹한의 추위가 누그러들고 따스한 봄기운이 찾아들기를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만인이 고대하는 꽃망울이 세상과 다시 마주하기까지는 난관들이 적지 않습니다. 봄꽃은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살랑대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살갗과 코끝을 간지럽히며 그 향기를 뿜어내기도 하지만, 이월의 꽃은 추위라는 시련을 먼저 무릅써야 할 뿐만 아니라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더라도 이를 시샘하며 찾아오는 한기를 끝까지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른 봄에 마주치는 꽃들은 키가 낮아도 잔풀 사이에서 더 눈길이 가고, 때아닌 폭설에 잠시 풀이 죽어있어 보여도 보다 싱그러운 제 빛을 다시 발하곤 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처럼 이른 봄의 꽃은 난관과 시련에 똑바로 대항하거나 등을 돌려 피하기 보다는 자연의 내재적 운율, 즉 내적 울림에 따라 받아들이고 기지개를 펴는 유연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향기로운 꽃과 좋은 술의 향이 백리, 천리를 간다고 일컫지만, 인격과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우리가 흔히 훌륭하고 인성이 좋은 사람을 빗대어 이야기를 할 때 읊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각자에게 진정성과 고유한 인향이 얼마만큼 내재되어 있는지, 또 그렇게 바라보고 따를 수 있는 표상(表象)이 주위에 있는지를 반문하며 뒤돌아 보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꽃은 사람에 비유되어 노래나 시로 자주 회자됩니다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누군가에게 향기롭고 마음을 열어 줄 수 있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전시에 출품된 여덟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서 그 이면성과 중의적인 부분을 파헤치기 보다는, 우리들에게 직감과 공감의 코드로 먼저 작용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전시가 여러분에게 겨울의 추위에 움츠렸던 몸을 조금 더 추스리고, 봄을 맞이하며 사색하는 편안한 마음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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