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에서는 김한나/ 최소영의 2인전을 개최한다. ‘토끼’, ‘청바지’의 단어들로 대표되는 두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각각의 독특한 방식을 보여주지만, 두 작가 모두 부산출신으로 미술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미술계의 호평을 받게 되어, 10년 넘게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30대 후반 여성작가인 점에 주목했다. 해마다 배출되는 수만 명의 미술대학/대학원생 중에서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성이면서 지역출신은 몇 배로 더 힘든 게 현실이다. 통계청에서 발행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전국 예술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은 99,025명이고, 부산/경남지역은 6,714명이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재능과 감각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지키는 것이 어렵다. 처음에 반짝 신선함을 무기로, 미술계에 알려지는 듯 해도,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작품과 함께 나이 들고, 자신만의 고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해서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양한 색감의 청바지를 재료로 한 작품으로 미술계(정확히 ‘미술시장’)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최소영 작가는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2000년 제작한 ‘반여동 도시풍경’을 시작으로, 대학시절 수업 과제에서 비롯된 그녀의 청바지 작업은 부산출신이기에 가능한 부산 곳곳의 주택가와 해안 구석구석을 서정적으로 보여주었고, 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청바지 조각을 하나하나 캔버스에 꿰매어 완성된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색상의 데님 천과 함께 단추, 지퍼, 상표등 청바지에 부착되어 있던 사물도 작품을 표현하는 매체로 사용된다. 전시와 함께 2004년 10월부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되어 현재까지도 꾸준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랜만에 선보인 그녀의 새 작업은 기존의 풍경작업을 기본으로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느낌을 담아 좀더 생동감 있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소중한 가족인 반려견 초코의 모습도 곳곳에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 있는 그녀 삶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소울메이트 토끼와의 행복한 공존을 보여주는 김한나 작가의 작품은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혼밥/혼술/혼행/혼영….등 1인 문화가 대세인 2018년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요 트랜드를 너무도 평온하게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시작된 토끼와의 동거는 매일매일 쉬지 않고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하며 작업해 나가는 작가의 일상 생활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삶에서 늘,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 매일매일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순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그녀의 작가로서의 능력은 어려운 이즘(ism)이나, 주장, 의미가 담긴 상징성 등, 현대미술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그저 섬세한 감성과 꾸미지 않은 담백한 고백만으로도, 한 세대의 주요 현상을 담담히 표현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신작 총 60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동년배로서의 서로의 여정에 긍정적인 영향과 자극을 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대는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는 시기라고 하면, 30대는 비로소 찾은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는 가장 치열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까 싶다. 부디 이 두 작가가 작가로서 작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실험하고, 원 없이 도전하고 실패해본 30대를 보내기 바란다. 그리하여 내려놓을 건 미련 없이 내려놓고, 지킬 것은 고집스럽게 지킬 줄 아는 현명함을 지닌 중견작가로 더욱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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