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
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 지원을 통해 지역미술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공모전입니다. 이번에 개최하는 전시는 2015년 제17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호윤 작가의 초대 개인전입니다. 어느 특정 장소나 사건의 소리를 수집하여 입체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구성하는 작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소리를 형상화함으로써 실제와 허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종이를 이용하여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입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심사평에서 ‘요즘 보기 드문 작가의 집요한 작업과정과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조각적 형태를 주목할 만하다.’는 평을 받으며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수상한 꽃’, ‘본질은 없다’, ‘군도’ 연작을 통해 조각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일련의 연작 작품을 통한 연구는 허(虛)와 진(眞)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한편 고독과 외로움, 낯설음과 두려움 등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통해 그들이 속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질문,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과 과정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작가 자신 혹은 종교적 성상이나 영웅의 모습을 반복되는 수많은 레이어의 종이들로 표현된 지난 연작에서는 2차원 평면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3차원의 입체가 만들어낸 공간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 <Visualized Sound>에서 선보이는 3점의 신작은 전시 제목에서도 이미 유추해낼 수 있듯이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어느 특정 장소와 사건의 소리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레이어의 작업은 여전히 특정 각도에서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시각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특정 형상을 가볍고 부드러운 종이(紙)로 표현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반대로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소리를 무겁고 차가운 스틸(鋼)로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내재하고 있는 힘과 무게를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건과 역사적 공간, 그 안에 존재하는 미묘한 문제들을 소리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계속해서 허(虛)와 진(眞)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것을 인식하고 느끼는 내면의 감정, 그리고 그것을 대처하는 구성원들의 태도는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같은 이미지를 보고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듯,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상상하게 되는 이미지 역시 다를 것입니다. 작가만의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 만의 해석과 이야기를 담고 있고, 작가는 관객이 그의 작품을 보면서 더 확장된 이미지를 상상하여 관객만의 이야기와 역사를 이어서 써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2차원의 평면으로 형상화하고, 또 다시 아주 치밀한 계산을 통해 3차원의 입체를 마치 하나하나 조각하듯 연결하는 작가는 어떠한 화려한 이미지에 이끌려 본질을 망각하거나 또는 어떠한 틀 안에 갇혀 벗어나지는 못하는 현상을 거부합니다. 완벽함 보다는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에, 정확함보다는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는 포용성에 더 초점을 맞춰 허(虛)와 진(眞)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작가가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집요하게 계속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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