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일상적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사색으로 독특한 자연의 질서를 캔버스에 담아 온 조영대의 <어머니의 보자기 Natura Morta>展을 개최합니다. 산뜻하지만 무게감 있는 색과 단순하지만 리듬감 있는 선들이 캔버스 안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화폭에 표현한 색면 추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시장에 함께 전시된 회색톤의 정물화는 다양한 색상의 색면 추상의 작품과 어우러져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꽃의 화가로도 알려진 조영대는 지금까지 주변의 자연 풍경, 그 곳의 꽃과 나무, 그리고 주변의 사물로 이뤄진 정물을 그려왔습니다. 작가가 이러한 자연 풍경과 꽃을 담은 정물을 그리는 이유는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면 알 수 있습니다. 사방이 자연으로 뒤덮여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작업실에 들어서면 한 벽면에 위치한 커다란 창 밖으로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자연의 색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빛의 움직임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감에 현대적 감수성을 더해 캔버스에 담아 왔습니다. 이처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직관적인 태도로 남도의 빛과 색을 전통 회화 기법으로 표현하는 조영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그림 ‘어머니의 보자기’ 연작을 선보입니다. 한 조각, 한 조각 어머니의 손길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보자기의 선들이 고스란히 캔버스 위로 옮겨져 표현되었고, 물감을 반복적으로 바르고 깎아서 쌓인 마띠에르(matière)에서 작가 고유의 색감이 스며 나옵니다. 풍경과 정물을 오가던 작가의 작품이 지극히 단순화된 색면 추상의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한 데는 이탈리아의 정물화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에 대한 연구가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정물’을 뜻하는 모란디의 ‘Natura Morta’ 연작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사물을 유사한 구성으로 반복적으로 그림으로서 존재의 근본과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작가의 높은 관심은 작가로 하여금 빛, 색, 형태, 공간 등을 통해 변화하는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배경 간의 유기적 관계를 파악하는데 몰두하게 하였고, 일상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고, 그것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바라보는 대상의 본질에 대한 연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작가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그려온 자연의 색과 만나게 되었고, 이는 곧 새로운 연작의 시작이 됩니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모란디의 그림은 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보여지는 대상 없이 색면 추상으로 전환된 작가의 그림은 비어 있지만 충만함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묻고 있습니다. 화폭에서 완전하게 사라졌던 이미지들은 작가의 어머니가 만든 보자기를 만나면서 다시 자연스러운 선의 형태로 화면 속에 등장합니다. 작가가 선택한 보자기의 선은 자연의 색을 만나 미묘하고 아름다운 변주를 보여주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안다고 생각하는 어렴풋한 기억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 진정으로 그 실체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대한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그것이 지닌 모습 그대로를 집요하게 바라보며, 그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시각화하는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칠하고, 그것을 긁어 내고, 다시 선을 그으면서 형상 너머의 본질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많은 것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마주하는 것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