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평면의 드로잉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드로잉 조각’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황혜선 작가의 개인전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풍경》展을 개최합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들,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이야기 등 주변의 일상을 매일매일 일기 쓰듯 드로잉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천, 유리,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3차원의 공간에 조각합니다.
황혜선은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가 작가의 길을 걸어온 본인을 치유하는 일종의 수행으로 자리잡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미국 유학시절의 경험에서 겪었던 소통의 어려움에서 시작한 ‘먹먹함’ 등을 표현한 1990년대의 작업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한때 작가는 정물을 작품의 소재로 채택하면서 ‘침묵’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 자신에 대한 표현의 욕구가 작업의 원동력이라 생각하면서부터 점차 주변 사람들을 그려나가며 추억, 시간의 흐름 등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며 사람과 사물, 기억 등 자신과 함께하는 일상과의 관계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들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나 작가의 일상, 우리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자연물과 건물, 풍경, 일상에서 빈번하게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우리의 주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작가의 드로잉 조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풍경’이라는 전시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workers'라는 이름의 서랍 속에 몇 년간 차곡차곡 보관해 두었던 드로잉들을 꺼내어 드로잉 조각으로 선보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처럼, 황혜선은 서랍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시장의 상인들, 식당의 요리사들, 작업실 근처 미용실 미용사 아주머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자주 가는 김밥 집 아주머니, 집 앞 택배기사 등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 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재탄생시킨 드로잉 조각으로 선보입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이기도 한 일하는 모습에는 삶의 무게와 에너지가 한꺼번에 담겨있습니다. 작가는 분주한 일터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삶의 치열함과 그를 견뎌내는 원동력인 일상의 따스함을 포착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모습과 더불어 작가의 작업실 주변의 풍경, 골목길, 어딘가 존재하는 사물 등, 한 발짝 물러나 확대한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의 풍경도 함께 그려 넣어 더욱 풍부한 공간감을 함께 전달합니다.
작가의 서랍 안에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드로잉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남아있는 드로잉을 상상해 보며,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즐겁게 채워갈 수 있습니다. 따스한 5월을 맞아, 치열한 삶의 무게를 잠시 벗어두고, 나의 주변의 일상을 천천히 둘러보고 소중하게 간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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