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은 흙과 다채로운 안료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이 돋보이는 '분청회화'라는 독보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차규선의 《헌화 獻花》를 개최합니다. 신전, 영전에 꽃을 바치는 행위 혹은 그러한 꽃 자체를 일컫는 헌화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축하, 기념, 위로하기 위해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건넨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차규선은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만개한 매화, 벚꽃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신작을 헌화합니다.
붉은 바위 끝에 / 암소 잡은 /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 「헌화가(獻花歌)」(정연찬 풀이)
차규선은 이번 전시의 제목 및 신작을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 실려 있는 향가, 「헌화가」에서 착상을 얻었습니다. 신라 성덕왕 때 자태와 용모가 빼어났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높이가 천 길이나 되는 바닷가 절벽 위에 피어 있는 철쭉꽃을 흠모했습니다. 험한 절벽 위에 있어 누구도 감히 꺾어올 수 없었는데, 마침 암소를 끌고 그 곁을 지나가던 어느 노옹이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로 꽃을 꺾어와 바치며 지어진 노래가 「헌화가」입니다.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은 보이는 것뿐만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의 숭고함이며, 노옹은 그러한 참된 아름다움을 알고, 그것을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헌화합니다. 헌화는 참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사랑입니다.
차규선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팬데믹을 견딘 세상에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꽃을 헌화함으로써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 따스한 위로를 건넵니다. 차규선의 '화원(花園)'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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