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
이 한 문장을 어디에 갖다 붙여도 그럴듯하게 아련해진다는 밈(meme)까지 탄생시킨 여름이라는 계절은, 지금껏 무수히 많은 영화나 문학 속에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한 극적 장치의 역할을 해왔을 정도로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강한 고유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높은 온도와 습도, 강한 햇살과 일렁이는 그늘, 길어진 노을과 열대야 등 ‘여름’만이 보유한 특유의 계절적 물성(物性)은 우리에게 무형의 기억과 감성∙감각∙감정들로 전이되어 내면 어딘가에 축적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톺아보는 작업에서부터 이 전시는 시작되었습니다.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는 특별한 2023년 여름을 선사하기 위하여 기획전시 <여름의 모양: Hyper Summer>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최근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한 MZ 세대에 지지를 받고 있는 6인의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과 최초 공개되는 신작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6명의 작가 본인만의 관점과 서사를 투영하여 디지털드로잉, 유화, 동양화, 레진아트, 유리공예 등의 다채로운 장르와 매체로 표현해낸 총 100여점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전시장은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했거나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를 여름의 모양들로 면면이 채워졌습니다.
열대야처럼 잠 못 이루는 그리움을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과 감성의 일러스트로 전하는 신모래, 동화 같은 천진난만함과 생동감 있는 붓질로 햇살 아래에서 자유로운 춤을 추는 키미, 무더위 속에 눈으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깨문 듯한 감각적 전이를 일으키는 이여름, 비정형의 유리 오브제 속에 빛의 반짝임을 가둔 듯한 블로잉 기법의 유리공예가 양유완, 햇살과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오후의 풍경을 한지에 은은하게 물들인 박윤지, 한 여름의 몽상을 통해 내면의 고독감을 들여다본 후 파도로 그려낸 주유진 까지. 특정 시간대를 연상시키는 소재와 풍경, 색채와 감성으로 가득한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면 마치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보내온 것 같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름의 모양: Hyper Summer> 전시를 통해 오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나만의 여름의 모양을 떠올려 보고, 치열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와 설렘으로 가득 환기되는 휴가 같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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