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여 광주·전남 지역의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해 온 공모전입니다. 미술제 수상작가에게는 초대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하여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생존기 生存記》전은 2022년 제23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선민정 작가의 초대 개인전입니다.
선민정 작가는 “자연은 인간이 나고 자라는 순환의 고리로서 생명력 그 자체이자, 아주 극미한 것과 무한한 것의 연결을 담고 있는 작은 우주다.”라는 주제 의식을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화풍으로 펼쳐왔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정원의 식물과 그 안에서 공생하는 생명체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의 모델로 삼게 되었다는 그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식물의 다양한 형상에 집중합니다. 생성-성장-소멸의 순환을 반복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작가의 화폭은 평론가들로부터 ‘꿈틀대는 생명력’, ‘역동적인 자연’과 같은 평가를 받아왔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냅니다. 종이에 스며든 안료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채와 실제 식물들이 그러하듯 무작위적인 듯하면서도 패턴을 이루는 듯한 곡선들로 이뤄진 화면은 그림이 그려진 얇은 종이 너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숲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존의 〈기호의 숲〉 연작이 한 발짝 떨어져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은 식물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각 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전시의 제목 《생존기 生存記》는 신진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는 수많은 유기체들을 그리며 인간 역시 각 객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해 왔던 작가가 어느 날 문득 느낀 공동체 속에서 자신과 작품의 생존에 대한 불안과 그러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기록을 담은 결과물이 바로 《생존기 生存記》입니다.
지난 미술제에서 선민정 작가는 “자신의 감각과 내용에 맞춰 적절한 재료를 찾아 재현과 기호적 패턴을 혼성하여 식물계의 복잡성을 해석해내고 이를 통해서 시간의 흐름과 순환을 보여주려 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끊임없는 매체와 형식 실험과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번 《생존기 生存記》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작가의 주제의식을 함께 사유하고 감각하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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