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는 환경의 날을 기념하며 기획전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展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인류의 활동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세상을 떠나간 동물들과, 그러한 비극적 역사를 멈추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들을 갤러리로 초대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기술 발전과 함께 그 변화의 폭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편리를 증대하기 위해 일으켜 온 변화는 지구온난화와 각종 환경오염과 같은 반작용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점차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은 때로는 종 자체가 사라지는, 더욱 큰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산업 혁명이 시작된 19세기 이래 가속화되어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명 종의 감소가 운석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등이 초래하는 ‘대멸종’에 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생명의 멸종을 초래하는 환경파괴는 인류에게도 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한배를 탄 동료이고, 가장 목소리가 큰 승객인 우리의 잘못으로 일부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늦었을지라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대량 생산과 소비에 의해 생겨나는 폐기물은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김상연 작가와 정의지 작가는 폐기물을 재료 삼아 생명력 넘치는 동물의 형상을 만듭니다. 버려진 양은 냄비를 찾아 재활용 센터를 누비는 정의지 작가가 제작한 호랑이들이 전시장 바깥부터 관람객을 맞이하고, 갤러리 내부에는 김상연 작가가 광주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들로 만든 고래가 넘실대며 쓰레기와 생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전시장 정면 쇼윈도에는 도도, 하와이마모, 솔로몬왕관비둘기와 같이 인류의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한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재혁 작가가 섬세한 종이 공예를 통해 재현한, 이제는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슬픈 아름다움입니다. 권도연 작가가 포착한 현장은 인간의 활동이 동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순천, 울진, 영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은 인간이 변화시킨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사슴, 산양, 여우의 모습을 담습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그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첫 번째 발걸음일 것입니다. 멸종위기 동물의 이름을 반복해서 적으며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진관우’ 작가의 작업처럼 마음속에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들을 마음속에 새겨봅시다. 함께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의 삶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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