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설렘의 시기,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다양한 표현매체를 통해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가는 작가 6명의 연말기획전 <Pictures(픽쳐스)>展을 개최합니다. 각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가들은 자신만의 예술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창적인 시각이미지를 창작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 시각이미지는 2차원의 평면(그림/사진)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3차원의 입체(조각/설치)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움직이는 영상이미지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 시대의 흐름 또는 독자적인 사유의 흐름에 따라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이미지를 하나의 고정된 방식이 아닌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다채로운 표현 양식을 통해 독창적 예술언어 안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에 쓰인 'picture(픽쳐)'는 그림, 사진, 영화, 영상을 의미하는 명사로 번역되기도 하고, '…을 상상하다' 또는 '…을 묘사하다'를 뜻하는 동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는 각 작가의 독창적 이미지가 회화, 판화, 사진, 애니메이션, 영상, 조각, 설치 등 각양각색의 매체로 표현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 영상(김은경, 이이남, 정덕용)에서 시작하여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대되어 표현된 작품이 있는 반면, 그와 반대로 회화(김상연, 윤상하)와 사진(이정록) 속 이미지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발전시켜 작가들의 독자적 예술언어가 표현되는 형식에 따라 각기 다른 감상법과 사유의 과정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Pictures”는 1979년 미술평론가 더글라스 크림프(Douglas Crimp, 1944-)가 미국의 비평지 『옥토버』(October)에 기고한 평문의 제목이자, 그가 1977년에 기획한 전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당시 그 전시의 제목에 ‘picture’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는 참여작가들의 작품이 담고 있던 식별 가능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 단어가 가진 의미적 모호성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중요했던 것은 작가들이 사용하는 표현매체가 전통적인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경지의 작품을 선보여 이제는 특정 매체의 특성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에 관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특정 표현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표현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작가들은 이미 특정 표현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간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하였고, 그들의 작품은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관객이 단순히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작품 앞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정신적 참여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역시 매체의 전통적 범주 내에서 이뤄진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닌 매체에 대한 또 다른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익숙한 이미지를 다시 새롭게 표현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각 시대 별로 작가들이 추구하는 예술의 방향성에는 다소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시각이미지는 명확한 메시지나 정답을 전달하기보다 작품 앞에 선 관람자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한 정답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르고, 불명확한 지점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작품 앞에서 보내는 사유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주변을 인지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익숙한듯한 나날들이 하루, 하루 지나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익숙함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하며 항상 바라보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나와 주변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말연시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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