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여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해 온 공모전입니다. 미술제 수상작가들에게는 개인전의 기회를 통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미술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년에 진행된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이설 작가의 초대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폐허가 된 장소를 배경으로 삼거나, 그곳에서 발견된 사물을 화면 중심에 펼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버려진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소멸(消滅)과 생성(生成)의 시공간적 이미지를 화폭에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록과 재현적인 표현방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존재들이 머문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내포합니다. 작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풍경 속에서 이미 존재했던 사물의 이미지를 오려낸 듯한 ‘컷-아웃(cut-out)’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잘라낸 것과 같이 그 부분을 흰색으로 칠함으로써 상실과 부재를 의미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cut-out 3>(2021), <cut-out 4-1>(2022) 등의 연작 역시 ‘컷-아웃’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과거와 그 모습이 사라져버린 현재의 모습이 중첩되어 현존과 부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과거의 기억을 도려내 버린 것처럼 적막만이 흐릅니다. 더 나아가 <그 자리 그대로>(2022), <사각지대>(2022) 작품들은 사물을 오려 내었다가 전에 있었던 자리에 붙여 놓은 흔적이 보입니다. 이처럼 이설 작가의 작업은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사물이나 소멸한 후의 잔해들을 통해 무의식 속에 저장된 기억들을 상기시킵니다.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이설 작가는 “모종의 장소에 대한 성실한 고찰과 관심, 그리고 그 장소로부터 받은 묘한 느낌의 형상화를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는 미덕이 존재”하며, “묵묵히, 마음으로 밀고가는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폐허가 된 장소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관조하며, 자신만의 기법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이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 기억의 저편에 숨어있던 장소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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