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최근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이슈인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환경의 날’ 기획전 <우리가 만든, 그리고 사라지는>展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피해를 본 것이 과연 우리 인간뿐이었을까요? 이러한 전염병의 확산과 같은 환경문제는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급격한 감소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 서식지를 잃은 야생생물의 확산, 외래종의 유입 등 생태환경 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염 위험성이 증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인간이 세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때로는 일부 보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기준들이 지구 상에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에게도 적합한 기준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기준에 의해 피해 받고, 사라지는 야생생물의 이야기를 이번 전시에 담아보았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상에는 인간 외에도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떠한 생명체는 인간의 기준에 잘 부합하여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듯 보이고, 어떠한 생명체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그 존재감 역시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인간의 기준에 의하여 버려져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보호받기도 합니다. 과연 어떠한 기준이 작동한 것일까요? 여기,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아지풀이 마치 박물관의 보물처럼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자연에서 수집한 강아지풀을 작품처럼 벽면에 걸고 나무의자에 가만히 앉아 바라보기도 합니다. 도시 미관을 위해 뽑혀진 이름 모를 들풀과 뒤섞인 콘크리트 벽돌 위에서 그 강아지풀을 바라보고 있자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자연을 선택, 배제, 훼손하고 있는지를 질문을 하게 됩니다.(장용선) 인간이 선택한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인 꽃은 대량 생산되어 소비되고, 그 목적을 달성한 뒤 쉽게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진 꽃과 일회용품의 조형적 연출을 찍은 사진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쉽게 상품화되고, 버려지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정현목) 그리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는 같은 종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이토록 다양해진 것은 오랜 시간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물로 그들의 초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마치 거울을 보듯 익숙한 눈빛과 표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유지연)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부터 도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거나 학대 받는 야생동물까지, 지구상에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일러스트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김혜정) 이처럼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동물들의 희생을 동반하기도 하며, 급격히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은 쉽게 소멸하고, 소모되고, 소외되어 갑니다.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알아가고 나아지길 바라며,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하기도 합니다.(백은하) 마지막으로 작가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인 환경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미술작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합니다. 멸종위기 동물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록을 남기고, 작가 자신 역시 멸종위기 동물의 목록에 포함시켜 우리가 공존•공생하는 존재임을 알리기도 합니다.(윤기원)
저마다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는 인간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닌 자연 속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위기가 초래한 각종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동반되는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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