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는 너른 대지와 한 폭의 화선지에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담아내는 문인화가 시원(枾園) 박태후의 초대전을 개최합니다. ‘문인화가, 대지 예술가, 조경가’, 박태후 작가를 부르는 호칭은 매우 다양합니다. 각기 다른 호칭이지만 자연과 상생하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은 모두 같습니다. 시원 박태후에게 자연은 생(生)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존재이자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작가가 다양한 호칭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의 과거 경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는 화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 농촌지도소에서 조경 업무를 맡아 일찍이 자연과 상생해왔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작가가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작품의 근간을 세우는 탄탄한 토대 역할을 하였습니다.
작가가 50년간 직접 나무와 꽃을 심으며 일궈낸 ‘죽설헌(竹雪軒)’은 시원 박태후의 작업실이자 거대한 대지예술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작가의 정원은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드는 일본식 정원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대한 살리고 간직한 보기 드문 한국형 정원입니다. 정원 가꾸는 일과 그림 그리는 것을 분리하지 않는 작가에게 정원 가꾸는 일은 나무와 꽃을 매체 삼아 대지라는 캔버스 위를 아름답게 수놓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하는 작가의 자연관은 그의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화선지와 먹, 붓 그리고 약간의 색채만을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는 생명을 움트게 하는 기(氣)의 원천을 먹의 번짐과 색채의 맑고 투명한 스밈으로 표현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작가의 삶의 가치관은 ‘자연 속으로’라는 통일된 명제와 작품 속 과감한 여백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무위자연의 삶 속에서 작가는 예술의 가치를 자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태후 작가의 새로운 그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자연스레 자라난 고매(古梅) 군락을 먹으로 표현한 신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계절의 시퀀스가 바뀌고 만물이 기운생동(氣韻生動) 하는 봄이 왔습니다. 훈훈한 바람과 함께 푸르게 새 옷을 차려입은 죽설헌의 풍경이 더욱 눈부신 시기입니다. 화가의 정원이라 불리는 죽설헌의 풍경과 그 속에서 흐르고 있는 자연의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전시를 통해 자연이 주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작가의 정원 속 나무와 꽃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채와 향기를 가슴속 깊이 담아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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