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햇살이 따스합니다. 공기의 질감까지 부드러워진 듯 느껴지고,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다시 펼치며 봄을 맞이합니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성큼 다가온 봄을 맞이하며 <마음의 생태학 II : 말하는 풍경>展을 마련했습니다.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작은 생명들의 꿈틀거림이 보이고, 항상 거닐던 길에서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자연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 작가들은 눈앞의 풍경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자연과의 대화 기록을 사각의 캔버스에 담습니다. 분명 우리는 똑같은 봄을 맞이하고, 비슷한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사실 그 안의 서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기억을 남깁니다.
기억에 남겨진 일상의 이미지와 내면에 담긴 감정에서 비롯된 미래의 상상은 작가만의 주관적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박상미), 흘러가는 시간의 흔적도(박윤지), 점점 사라지는 삶의 풍경도(임수범),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감정도(홍인숙), 일상에서 찾고자 하는 정신적 여유도(진민욱), 아름다운 지식의 향유도(최지이) 자연의 다채로운 풍경을 통해 드러납니다.
평소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일 비지는 햇살의 변화가, 항상 지나치던 가로수의 나무가,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의 식물이, 그 밖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소재들이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개인적 경험과 사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이런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 그 자체의 감동을 전달하려는 것도, 단순히 그 아름다움을 기록하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작품 속 풍경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우리는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때론 공감하며 작품 앞에서 무언의 소통을 이어갑니다. 글씨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홍인숙의 작품은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쇼윈도를 가득 채운 최지이의 드로잉 역시 쉼 없이 돌아가는 인간관계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충실함과 순수함을 보여줍니다.
외할머니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시작된 박상미의 자연에 대한 사유는 기억의 기록이자 우리 곁을 스쳐 흘러가는 한순간을 포착하고 있으며, 박윤지의 회화는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수집하여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감각적 심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것들의 부재,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상과 정신적 여유는 탈 일상적 풍경이 아닌 가까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진민욱은 상상 속의 편집된 풍경을 통해 산책 중 만나는 바람과 새소리, 나뭇가지와 돌 등 천천히 걷는 중에 느끼는 오감체험을 선사합니다. 세상의 낯선 변화를 자신만의 템포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임수범은 계속되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미래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자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또 그 안에 담긴 추억과 사연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나의 풍경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또 다른 풍경이 말을 걸어옵니다. 비슷한 경험과 기억,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을 만나기도 합니다. 자연이 내게 말을 건넵니다. 좀 쉬어 가도 되고,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작품과 함께 생동하는 새로운 계절의 따뜻한 에너지가 여러분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전시가 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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