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주변의 삶을 관찰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임남진 작가의 <Still Life>展을 개최합니다. 짙푸른 하늘, 은은하게 비추는 달과 별, 서로 뒤엉킨 전봇대의 전선, 추억이 깃든 쪽지 등 작가의 화폭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익숙하다 못해 무심코 지나쳤던 소재들을 포착하며,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가져다줍니다.
임남진 작가는 불화의 형식을 빌려 줄곧 한 시대의 이야기를 인간 군상의 이미지로 풀어왔습니다. 한 폭의 그림에 밀집되어 표현된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은 작가가 살아가는 복잡한 현시대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시대의 군상을 세밀하게 보여주던 작가의 그림은 지난 2018년 개인전 <Still Life_BLEU>를 통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한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안의 사건 하나, 하나를 담아내던 작가의 시선은 점차 늘 곁에 존재했지만 눈길이 머물지 않았던 주변 풍경을 향하게 됩니다. ‘자연 대상을 관찰하고, 사유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시(詩)적으로 은유하고 상징하고 싶다’는 작가는 점차 화면을 점, 선, 면, 색의 미적 조형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일상 풍경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일상의 면면이 담긴 화폭에는 작가의 머물렀던 시선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각기 다른 내면의 감정들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늘을 조각내듯 흐트러져 있는 전선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빗대어 보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이 피로했던 하루를 감싸 안아주듯 위로해 준 날을 상기시켜 보기도 하는 등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림에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군상에서 풍경으로 변화하면서 ‘내면의 사유’를 은유적으로 화폭에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찾고자 한 미적 조형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연구의 결과가 고스란히 화폭에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그림의 소재와 화면의 구성에 큰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화면에서 사라진 군상들은 여전히 전봇대의 전선을 통해 연결되어 그 존재감을 감지할 수 있으며,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감정은 다양한 색채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전달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임남진 작가의 시선이 총망라된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다채로운 색을 조합한 또 다른 느낌의 풍경들은 작가 특유의 색 표현을 음미하게 하며,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오래 두고 볼수록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 그리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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