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여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해 온 공모전입니다. 미술제 수상작가들에게는 개인전의 기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미술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문선희 작가의 초대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 할 수 있는 고민들을 사진에 담아 왔습니다. <묻다>(2015),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2016), <거기서 뭐하세요>(2016)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사진 연작에 이어 2013년부터 긴 시간 동안 작업해온 <고라니> 연작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보입니다. 고라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작물 피해를 주는 유해 야생 동물로 분류되어 해마다 수십만 마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고라니는 한반도와 중국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동물’이며, 치타·코알라와 같이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이기도 합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전 세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태계 파괴와 협소한 서식지 등의 이유로 농가까지 내려와 농민들에게 피해를 미치고 있습니다. 작가 또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본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만,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에 대한 처치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무분별하게 포획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고민하며 지난 10년 동안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새끼 고라니 작품과 성체 고라니 작품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성체 고라니는 생김새의 차이로 수컷과 암컷의 구분뿐만 아니라 여름과 겨울 시기의 다른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작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언뜻 보면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제각각의 성격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작가는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인 틀을 사용하여 오직 그들의 존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경과 색상을 제외하고, 더 나아가 몸의 형태도 생략함으로써 개성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라니 스스로 자기 존재와 처지를 드러내게 하는 작가의 의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문선희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수행성을 기본으로 예술이 사회 현실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정서적이고 감각적이지만, 그 내부에 파고든 사회 정서적 서사는 그 무엇보다도 신랄하고 날카롭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문선희 작가의 <널 사랑하지 않아> 전시를 통해 고라니를 그저 ‘미움’의 대상이 아닌 ‘관심’을 갖고 천천히 들여다봄으로써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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