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이 지나, 따스한 햇살이 반겨주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우내 무채색이었던 자연에 점차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며 주변의 나무와 꽃들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녹음 가득한 자연을 저마다의 독특한 색감과 이야기로 표현하는 여섯 명의 작가와 함께 ‘녹색(綠色, GREEN)’을 주제로 한 <또 다른 그린>展을 마련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우리를 맞이하는 자연 안에서 녹색은 각종 나무의 잎사귀와 풀, 잡초와 이끼 등 자연 속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색깔입니다. 이처럼 녹색은 자연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색으로 인식되며, 편안함과 안정, 그리고 생명력 등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주변에 함께 어우러지는 다른 색감과의 조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자연 속의 녹색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무의 재, 모래, 흙과 같은 실제 자연에서 채취된 안료를 사용하여 일상 속 자연에 대한 중요성과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가연과 산책하면서 느꼈던 자연의 촉각적 심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이지연은 자연 소재의 질감을 활용하여 색다른 자연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듯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복잡한 ‘상상의 숲’을 매개로 인간의 기억과 마음의 구조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김건일, 정원의 풍경과 나무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임현경,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의인화하여 일상을 위트 있게 보여주는 김제민은 삶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자연물에 빗대어 표현하며 공감을 자아냅니다. 마지막으로 박형진의 작품은 녹음이 가득한 정원 곳곳에 숨겨진 작가의 애정 어린 추억이 배치되어 잠시 잊고 지냈던 동심을 환기시켜 줍니다. 이처럼 편안함을 주는 그림들 중, 독특한 렌티큘러 작품은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린 아이들의 시각에서만 보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싱그럽고 다채로운 초록빛으로 물든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녹색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상기시켜보고,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이번 전시가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위안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시각적인 휴식처가 되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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