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에서는 현대미술의 대가로 자리한, 1세대 재불(在佛) 한국작가들의 <1958-Ecole de Paris>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 한국 전쟁 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의 서정적 추상운동의 경향을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 미술이 유럽과 세계로 건너가는 데 다리가 되었던 작가들의 활동이 소개된다. 1958년에 프랑스에 머물며 한국적 추상미술을 열어나간 권옥연, 김환기, 남관, 손동진, 이성자, 이세득의 작품과 당시의 자료들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 정착기를 풍미한 대가들의 전환기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자, 전쟁의 비극을 넘어서 만난 꿈의 세계에서 이들은 무엇을 꿈꾸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개요
1958년
‘1958년’, 제국주의 강점을 벗어난 아시아의 소국인 대한민국이 세계대전 후 첫 번째이자 그 유래를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살상전 이었던 한국전쟁을 거친 후 암울한 폐허 위에 서 있던 때입니다. 이 시기 유럽 미술은 이미 10여 년 전에 끝난 2차 대전의 악몽을 벗어나 후기자본주의의 맹렬한 팽창을 따라 멀리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1차 대전 후 파리는 세계의 물질적 풍요가 모이는 중심점이자 문화적 수도에 모여든 작가들인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 이래 세계 예술인들 특히, 제3세계의 젊은 작가들에게 동경과 이상을 상징하는 곳이었습니다. 우리 작가들은 식민지 시기인 1920년대 후반 배운성, 나혜석 등이 이곳을 근거지로 활동하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더욱 많은 작가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이곳에서 펼치게 됩니다.
1958년 파리.
‘1958년 파리’, 분단과 비극적인 동족간 전쟁 때문에 10여 년 지체되었으나 평화로워진 이곳에 도착한 젊은 작가들은 예술적 자유와 문화적 풍요가 넘치는 천국에서 진정한 1세대 한국인 ‘에콜 드 파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가장 처절한 인간적 비극을 목격하고 가장 비참한 문화적 궁핍을 경험한 후였기에 그들이 가진 갈증과 열망은 비례하여 컸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 이 시기, 이 작가들은 한국미술에 깊고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1958년 대한민국.
‘1958년 대한민국’, 우리 미술은 이미 해외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학구열로 당대 예술의 여러 주류적 경향과 시도, 이슈에 동참하고 다양한 이론적, 창작적 측면에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일제시기 식민 모국의 시각으로 단편화 되거나 전쟁이라는 극단적 조건으로 차단되고 중심지 유럽에서 극동까지 멀리 우회하여 도착한 정보로 접했던 세계미술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들은 아무래도 현대미술의 용광로에서 더 많은 직접경험을 하고 세계 미술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견주어보고 싶어했습니다.
‘1958년’, 이 시기 파리에는 많은 우리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권옥연(1956~1960 *재불기간), 김환기(1956~1959), 남 관(1955~1968), 손동진(1956~1959), 이성자(1951~2009), 이세득(1958~1962)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면서 전후 혼란기의 전위적인 국제 화단을 긴밀히 경험하고 교류한 대표적인 한국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특정한 유파나 경향에 한정되지 않았고 각자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유로운 창작에 몰두하였습니다. 서구의 아방가르드적 태도와 이념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적 주제나 미의식, 전통성, 서정성이 녹아 든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었습니다.
‘1958’ 에콜 드 파리
‘1958’ 에콜 드 파리展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할 시대적 과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던 때 나타나 머나먼 타향으로 떠돈 디아스포라의 흔적과 그 여행의 결과물로 과도기 한국미술에 뚜렷하고 다양한 영향을 미친 작가들의 당 시대를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한국 현대미술 시발점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과 함께 때로는 세계문화 중심지의 소식을 전하는 통신원의 역할을 했던 젊은 작가들과 관련된 각종 인쇄 출판물, 언론기사, 사진 자료를 전시합니다. 현장감 있는 자료와 문헌들은 작품과 함께 당시 작가들이 어떠한 경로와 태도로 동시대의 미술경향을 수용하고, 작가 상호간 예술적 영감과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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