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본관 아트월에서는 사진작가 5인의 그룹전을 개최합니다.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는 빛입니다. 사진(Photography)은 그 어원상 ‘빛으로 그린 그림’ -그리스어로 빛을 뜻하는 phos와 그림을 뜻하는 graphein의 합성어- 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각종 미디어와 SNS가 만연한 이 시대에 빛의 이미지, 사진은 이해하기 쉽고 강한 호소력을 지닌 효과적 의사소통 창구입니다. 주변 풍경을 각자의 개성으로 시각화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5인의 사진가가 이번 전시에 함께 합니다. 이들은 수겹의 빛을 이용한 찰라의 예술, ‘사진’이라는 매체를 공유합니다.
일상의 사물을 관조하는 김수강, 정경자는 명상적이고 차분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김수강은 주변의 사물들을 잔잔함 속에 회화적으로 연출합니다. 돌, 보자기, 백색의 그릇들은 19세기 인화 기법과 세밀한 수작업으로 단아하게 표현됩니다. 이 사물들이 일상에서 분리하여 연극적으로 연출된 것이라면, 정경자는 실제 시공간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일상의 상황을 관조의 대상으로 둡니다. 사진의 정서를 지배하는 것은 특정 이야기이기보다는 시적 감응 그 자체입니다. 영국 유학시절 주변인으로서의 소외감, 쓸쓸한 상념의 정서가 실내 한 모퉁이, 뿌연 창문, 거울 등의 소재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 풍경들은 조용한 독백처럼 무덤덤합니다.
한편으로 스트리트, 건축물, 자연을 소재로 한 작업이 펼쳐집니다. 휴고리는 패션 셀럽,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들을 포착하고, 패션을 소재로 변주가 가능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인 안나 윈투어, 패션 저널리스트 안나 델로 루소, 이들을 향한 경쟁적인 카메라 플레시, 패션위크 백스테이지를 포착한 사진들은 자유로운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패션계의 최전선이 ‘날 것’과 같은 직설적인 화면 안에 포착됩니다.원범식은 카메라로 수집한 다양한 건축요소들을 상상 속의 건축조각으로 재결합합니다. 콜라주된 건축물들은 도시, 자본주의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문화적 표상을 숨겨두고 있습니다. 이 작업에 비해 한결 자유로운 스트리트 사진들은 도시의 환영과 실재, 그 이면을 비춥니다. 빛 자체의 상징성에 주목하는 이정록은 특정한 풍경을 재현하기 보다는 빛을 매개로 영적인 느낌을 표현합니다. 대지, 나무들이 우거진 숲, 강가 등의 공간은 작가의 상상과 결합되어 숭고하고 신성하게 표현됩니다. 작업 중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경이로운 ‘영혼’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작가의 작품들은 영겁의 세월을 간직한 듯한 풍경입니다.
사진 매체의 초창기에는 대상을 재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있었지만, 현대 사진은 묘사보다는 취향을 반영합니다. 삶의 기호에 민감한 시각 소비자들은 자신을 규정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도구로 글보다는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이 전시의 사진작가들이 만드는 각기 다른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그들만의 감수성과 기호, 사진 매체의 다양한 가능성을 느껴보시길바랍니다. 그리고 한번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이 순간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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