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의 관계는 아마도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화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12월 아트월에서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 및 중첩을 다루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여전히 유효한, 혹은 무효한 평면, 입체 미술의 장르성을 다룹니다.
권도연의 <고고학> 시리즈는 작가의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직접 땅을 파 “죽음을 맞이한 사물”을 채취하여 촬영합니다. 버려짐으로써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 사물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김용관은 QUBICT이라는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가상의 입자를 제시합니다. QUBICT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관점에 따라 때로는 평면으로, 때로는 입체로 드러나기에 모호해진 앞과 뒤의 관계는 현실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접점 구역을 만듭니다.
박천욱은 대량생산된 오브제들을 재배치하여 시각성에 기반을 둔 인식 체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차원성을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변형한 레디메이드(ready-made)들은 오브제와 공간 사이의 조화를 고려하는 여러 개념적 범주들을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송진은 전통적인 모더니즘 평면 회화의 프레임을 변형시키고 조각화하여 회화와 조각의 영역에 느슨하게 걸쳐있는 조형물을 제시합니다.
이은선의 <종이접기>시리즈는 오리가미를 펼쳤을 때 대상의 형태가 사라지고 예상하지 못한 형태와 색감을 마주하게 되는 감성적인 센세이션을 표현합니다. 선과 면, 그리고 명암이 자아내는 변칙적인 리듬과 우연이 만들어낸 조화를 기록한 사진에서 감상자는 평면에 펼쳐진 입체의 논리와 흔적을 읽습니다. 이해민선은 사진의 입자를 녹여내어’ 사진 속의 객관적인 풍경을 주관적인 붓질로 재현합니다. 이미지가 물질로, 물질이 다시 이미지로 치환되는 상태 변화속에서 사진의 입자들은 더러는 격렬한 붓터치를, 더러는 한 무더기의 안료의 산을 만들기도하면서 사진이 지니는 재현과 평면의 속성을 전복시킵니다.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2차원과 3차원의 관계를 다루어온 작가 6인의 작품들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 미감을 느껴보시기를 권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