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미학’은 20세기 초, 기계의 합리적인 구조나 기하학적인 외형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작품제작의 미학적 도구와 원리로 삼았던 일련의 움직임을 말한다. 기계가 지닌 기하학적으로 정형화된 이미지에 영향받은 디자이너 건축가 미술가들의 작업은 근대예술사의 흐름에 한 획을 차지하였다. 거기서 파생된 개념과 시도들이 미래주의(Futurism), 구성주의(Constructivism), 순수주의(Purism) 등으로 전개되며 근대 기계문명을 높이 찬양하고 기계가 지닌 역동성 기능성 형태미 등에 기반한 작품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오늘날, 기계/기술력을 기반으로 제작된 예술작품을 포함하는 ‘New Media Art’는 최첨단 기술력의 진전을 따라가며 양과 질의 면에서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미술(Digital Art), 컴퓨터그래픽(Computer Graphic), 컴퓨터애니메이션(Computer Animation), 가상현실미술(Virtual Art), 인터렉티브 미술(Interactive Art), 비디오미술(Video Art), 3D프린팅(3D Printing)등이 두각을 보인다. 이제 기계/기술력은 단순히 미적인 영감을 제시하는 매체에 머물지 않고, 미술작품의 표현수단으로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력 자체가 바로 예술이 되는(When technology becomes art)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인식된다. 뉴미디어 아트 작가는 미적 감각 위에 정확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상과 미적 체험을 제공하는 테크니션으로서 그 정의를 새롭게 하고 있다.
‘新기계미학展’은 작가 6인의 작품을 통해 기술력 자체가 예술이 되는 현대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김동호는 산업폐기물을 모아 무당벌레를 만들었다. 센서로 신호를 받아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흰색의 빛과 진동을 보여준다. 남혜연의 작품은 웃음과 인사 등 일상생활의 의식적인 행동에 담긴 인간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학관계를 유머러스하게 비꼬고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며 상호작용하는, 뉴미디어 아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를 보여준다. 노해율은 시간차를 두고 깜박이는 빛을 이용해 균형의 개념을 세련되게 시각화 해낸다. 왕지원은 기계화된 신체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불완전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최문석은 움직임의 요소를 재구성해 운동감을 표현한 로우테크놀로지(Low Technology)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함께 제공한다. 한진수의 작품 ‘Flying’은 누군가의 추억이 새겨진 채 폐차된 자동차 문으로 나비날개를 만들어 기계 위에 ‘따스함’이라는 역설적 정서를 올려 놓았다.
20세기, 기술력의 발전으로 대량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발전하면 예술의 주요특성인 독창성(Originality) 유일성(Uniqueness)은 약화되고 예술자체가 지닌 아우라 역시 약해질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오늘의 첨단 기술력은 그 자체로 예술의 영역에 편입되었으며 예술의 범주와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미약하나마 그러한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신세계갤러리
더보기